[슈어넷 마켓리더스] 美 금융구제안의 실효성 문제

입력 2009-02-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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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코스피시장이 연일 이어지는 외국인 매수와 내주초 발표될 미국의 금융구제안 기대로 한달여 만에 1200선을 회복했습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5일)는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와 12월 공장주문 등의 경제지표들이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발표되고 시스코시스템즈가 초라한 실적을 내놓았지만 은행주들이 다음주초 발표될 구제안 기대감으로 크게 오른 덕에 주요지수들이 1%~2%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20 포인트 이상 갭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개장 초 일시 매도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과 함께 상승폭을 늘려나간 끝에 전일대비 32.38p(2.75%) 오른 1210.26p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발 훈풍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영향을 미쳐 주식, 원화, 채권가격이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연출됐습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70원 내린 1383.8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외국인이 984억원 순매수로 8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나갔고 기관도 776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하며 지수상승에 힘을 보탰습니다. 반면 개인은 152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4거래일째 차익실현에 주력했습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2290억원)를 중심으로 1687억원 순매수를 보였습니다.

아시아 주요 증시들이 일제히 올랐습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가 3.97% 급등하며 2000선 안착 가능성을 높인 가운데 닛케이(1.60%), 항셍(3.61%), 가권(2.48%), 싱가포르(0.63%) 등이 동반 강세를 기록했습니다.

반도체株↑, 금융•조선•철강•전기 고른 상승

삼성전자(4.61%)를 필두로 LG전자(3.04%)와 LG디스플레이(2.32%), 삼성전기(3.79%), 하이닉스(0.32%) 등 대형 IT주들이 외국인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지수를 견인했고, 내주초 美 구제금융안 마련 기대로 금융주들도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외국인 투자가들은 전기전자업종 매수에 1840억원을 할애했고, 한진해운 최대주주인 월센드홀딩스가 보유지분 전체(914만주)를 기관투자가 등에 정리매각한 영향으로 운수창고(-1565억원) 업종을 가장 많이 팔았습니다.

우리금융이 6.76% 급등한 것을 비롯해 KB금융(4.56%), 신한지주(4.46%) 등 주요 은행주들이 큰폭 상승했고, 동부화재(5.37%), 한국금융지주(5.18%), LIG손해보험(3.86%) 등의 금융주들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깜짝실적을 발표한 대우조선해양(11.11%)이 쌍끌이 매수를 동반해 폭등한 것을 필두로 현대중공업(3.86%), 삼성중공업(4.03%) 등의 조선주들도 앞장서 올랐습니다.

전 업종이 오른 가운데 전기가스(4.95%), 철강금속(4.33%), 운수장비(4.10%), 전기전자(3.86%), 금융(8.17%) 업종의 상승폭이 컸습니다.

그 밖에 시가총액 상위주들을 보면, POSCO(4.99%)와 한국전력(6.18%), 한화(7.19%), 대한항공(5.82%), LG(5.62%), 삼성물산(5.58%), GS건설(4.91%), STX팬오션(4.85%), 두산(4.23%) 등 각업종 대표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습니다.

반면 SK텔레콤(-0.74%)과 NHN(-3.08%), 웅진코웨이(-4.15%), 대한통운(-2.77%) 등은 내렸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오전장 지수 상승 와중에도 선물 단 한계약으로 급락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해프닝이 연출되는 등 구조적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감으로 주성엔지니어링 동진쎄미켐 카엘 디아이 엔씨비네트웍스 단성일렉트론 제이티 넥스트칩 한양디지텍(이상 상한가), 테크노세미켐(13.13%), 실리콘화일(12.30%), 씨티엘(10.33%), 하나마이크론(9.28%), 피에스케이(8.24%), 케이씨텍(7.81%), 에스티아이(8.76%) 등이 폭등했습니다.

반도체 관련주들의 급등은 광범위한 IT부품•장비주들의 투자심리를 북돋아 휘닉스피디이(상한가), 에이스디지텍(9.62%), DMS(13.00%), 서울반도체(8.31%), 우리조명(6.88%), 금호전기(6.26%) 등이 동반 급등했습니다.

주말 뉴욕증시, 고용악재 딛고 정책기대로 급등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고용지표 부진에도 불구 경기부양책 상원 표결과 금융구제안 발표 기대감으로 주요 지수가 일제히 3% 가까운 급등세를 기록했습니다.

美경제의 대부분(3분의 2)을 차지한다는 소비는 고용소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때문에 특별히 관심이 집중됐던 '1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고 감소폭은 34년래 최대치를 기록, 경기후퇴 장기화로 고용시장의 침체가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실업률은 7.6%로 치솟아 199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월의 7.2%와 월가 전망치(7.5%)를 모두 상회하는 수준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경기하강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다시 입증된 셈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고용시장 침체 악재는 그만큼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시급하다는 쪽으로 해석됐습니다.

"수백만명의 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와중에 우리가 구태의연한 정치에 빠져 있어서는 안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상원 법안처리 촉구에 힘입어 경기부양법안이 주말에 잠정합의됐습니다.

당초 9천억 달러 이상의 경기부양법안이 검토됐으나 미국 연방상원 심의과정에서 경기부양책의 총 규모는 대폭 삭감된 7천800억달러선으로 합의됐습니다.

공화당 지도부의 반발과 민주당내 교육부문 지출 삭감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성향 의원들을 통해 이미 지원규모가 합의된 만큼 사실상 표결된 셈입니다.

그러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1조4천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부양책 규모의 삭감이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국회 절충과정에서의 지원규모 삭감이 주초로 예정된 상원에서의 매끄러운 표결과 신속한 재정집행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주말 뉴욕증시에서는 9일 오후로 예정된 재무부의 금융구제안 발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26.7%)를 비롯한 금융주들이 지수상승을 견인했습니다.

월요일 경기부양책 상원 표결과 금융구제안 발표 기대감이 선반영된만큼 재료노출 이후 뉴욕증시의 향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S&P500지수가 수급 기준선이라 할 수 있는 850선과 20일선을 돌파하며 수급이 한결 양호해졌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 수급개선을 넘어 일목균형표 변화일을 즈음해 나타난 반등이라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아직 부족한 경기바닥 시그널

그러나 주말 뉴욕증시의 반등세가 지속될지는 의문입니다.

경기부양안, 금융구제안 등 휘발성이 강한 정책재료를 바탕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어 앞서 수차례 학습한 바와 같이 이번에도 정책발표 이후 모멘텀 공백 고민에 빠지며 랠리가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증시들이 경기부양책 및 금융구제안 재료를 금요일장에서 상당부분 선반영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증시의 추세변화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경기 섹터에서 결정적인 모멘텀이 제공돼야 하는데 고용지표 등 비중있는 경기지표들은 여전히 "경기하강 진행중"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증시의 본격적인 상승은 경기바닥을 확인해야만 가능하며, 주로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경기부양책이나 금융구제안들은 단발성 재료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S&P500지수의 경우 하향하는 120일선이 근접하는 시기까지는 박스권 등락이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간조정이 부족한 셈입니다.

경제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국제유가는 고용지표 악화에 따른 원유 수요감소 우려로 하락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3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1달러(2.4%) 내린 40.17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금융구제안의 실효성 문제

금융구제안과 관련해서는 구제안 내용을 살펴야 하는데, 배드뱅크 설립 외에 이미 부실자산을 상당부분 털어낸 금융사들이 선호하는 링펜스(Ring Fence, 정부가 특정규모 이상의 부실자산을 보증하는 형태의 은행 신용공여)와 관련된 것입니다.

자금이 실제로 집행되지 않고 보증을 하는 형태이므로 정부로서는 비용을 줄이는데 있어 효과적인 선택이지만 링펜스 방식을 적용할 경우 (배드뱅크 매각분 외에 정부보증을 받게된) 부실자산이 재무제표에 그대로 남아 향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될 소지도 있습니다.

배드뱅크안의 경우, 상각규모가 커지더라도 정부가 전체 부실자산을 과감하고 냉정하게 시장가로 평가하고, 은행들은 대규모 상각을 단행(이경우 추가 자본확충 문제가 발생)함과 아울러 자본확충에 성공한다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말끔히 해소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시가적용 방식이 단순히 의회의 원활한 통과(부양책 재원마련 부담 축소)를 위한 고육지책(전체 부실자산 매입규모도 감소)이고 은행의 자본확충이 수반되지 못한다면 불완전한 구제안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가적용으로 인해 할인율이 과도하게 낮아진다면 은행들은 (유동성 개선에도 별 도움이 안되는) 헐값매각을 주저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미 링펜스를 받은 바 있는 씨티그룹의 불확실성 지속은 링펜스 방식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는 배드뱅크, 링펜스, 추가 구제금융 투입을 병행하는 내용을 구제안에 담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링펜스 방식 적용시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은행 보유자산을 정부가 어떤 기준(장부가 또는 할인율, 시가 적용문제)으로 평가해 보증할지도 관건입니다.

장부가(book value) 전액을 보증해준다면야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높이는데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정부가 할인율(전체자산금액중 부실추정 해당액 비율)을 적용해 최소한의 보증액으로 많은 자산을 커버하려고 한다면 불확실성 해소는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은행의 부실이 심해 정부의 보증규모를 초과하는 부실이 발생할 공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보증규모가 유연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또다른 문제에 봉착합니다. 은행은 정부가 보증지원의 대가로 요구하는 보통주 전환 가능 우선주를 내놓아야 합니다. 대주주 입장에서 보통주가 늘어나 자기 지분이 줄어드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요컨대, 배드뱅크와 링펜스 어떤 방식이든간에 정부가 은행의 부실자산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제거해주고, 은행은 또 얼마나 유동성 확보를 하게되는지가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적은 비용의 정책도 좋겠지만 구제안의 실효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를 수 있으며, 정부와 은행들간 이해관계로 인해 구체적인 지원조건 합의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는 의미입니다.

부실 금융기관 경영진의 책임론을 주장해온 오바마 정부로서는 모랄해저드 문제를 감안해서라도 배드뱅크와 링펜스 방식 각각의 부실자산 평가에 있어 이중잣대를 적용할 소지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자산 매입시는 최대한 저렴하게(보수적 자산평가), 보증시에는 보증 커버리지를 최소한의 규모(관대한 자산평가)로.

당장은 아프더라도 상처를 깊게 도려내고 충분한 영양제를 공급하는게 최선입니다. 정부 또는 은행의 입김이 작용해 상처를 어설프게 도려내거나, 상처를 제대로 도려내고도 영양제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신용 불확실성 해소는 다시 요원해질 것입니다.

여전히 종목장세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15일 결산보고서 제출을 앞둔 가운데 어닝시즌 막바지 국면에 진입해 기업들의 실적발표들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적발표가 유난히 늦어지는 기업들의 경우 다소 긴장감을 가지고 펀더멘탈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7개월만에 상승전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닥을 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단기 모멘텀으로는 충분하다는 점에서 반도체주 중심의 우량 IT부품/장비주들, 실적겸비 대체에너지주, BDI 급등 및 중국 경기부양책 수혜가 기대되는 저평가 중국관련주들에 대한 관심이 유리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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