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경영’으로 체질 다진 위기에 강한 기업
LG화학은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화학업계의 최고 명가'다. 그 동안 국내 화학산업을 선도하면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화학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왔다.
임직원들의 로열티도 어느 회사보다 높다. 우리나라 기업역사에서 보기 힘든 60년 이상 오랜 전통과 함께 화학업계의 선두주자로서 끊임없는 성장과 흑자경영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은 강한 자부심이다.
LG화학은 제품 개발에서 해외사업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최초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50년대에는 빗, 비눗갑 등을 자체 제작하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플라스틱 시대를 열면서 건축장식재료로 대표되는 산업재 분야를 비롯해 석유화학사업과 정보전자소재사업을 개척하면서 줄곧 1위의 자리를 지켜왔다.
LG화학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김반석 부회장이 CEO로 취임하면서부터다.
당시 고유가와 환율하락은 물론 석유화학 경기 하락과 중국의 무서운 추격으로 한국의 화학기업들은 사면초가에 놓였던 상태였다.
그 해 7월, 김 부회장이 임직원들과의 조회에서 '스피드(Speed) 경영'을 본격 선포한 것이다.
LG화학 스피드 경영의 핵심은 '목표는 반드시 달성하기 위해 있는 것이고, 이를 위해 조직문화와 전략실행의 속도를 두 배로 올린다'는 것. 이를 위해 '남보다' 먼저, '남보다' 빨리, '남보다' 자주의 세 가지 행동양식이 그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스피드 경영을 전 임직원이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LG화학은 위기에 강한 체질을 갖추게 됐다. 임직원들 사이에 '목표는 반드시 달성돼야 하는 것'이라는 목표의식이 투철해졌고, 의사결정과 실행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시적인 성과들이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LG화학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예전에는 제품시황 등의 외부적인 요인으로 실적을 예상해왔지만, 최근에는 내부적인 노력을 많이 감안하게 된다"며 "위기에 대처하는 순발력 등에서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사업에서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GM사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단독 공급 업체로 선정돼 녹색 기술분야에서의 국가적인 쾌거를 이뤘으며, 중동산 제품의 범람에 맞서 범용 폴리에틸렌(PE)라인을 개조해 고부가 엘라스토머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스피드 경영'을 바탕으로 LG화학은 지난해 매출액 14조4878억원, 영업이익 1조4296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34.2%, 87.2% 각각 증가해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당기순이익 1조26억원을 기록, 창사이래 처음으로 '순이익 1조 클럽'에 들 수 있었다.
이러한 실적 달성은 지난 3년간 꾸준히 추진해온 스피드 경영이 모든 사업부문과 임직원 개개인에 깊숙히 체계화되면서 어떤 위기 속에서도 목표를 달성하는 강한 체질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LG화학측은 설명했다.
최근 김반석 부회장은 "현재의 경영환경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되고 있지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게는 경쟁기업과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는 기회가 되는 만큼 탁월한 성과를 추구하는 스피드 경영을 계속 실천해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도약하자"며 지금의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로 인식할 것을 강조했다.
그 동안 임직원 모두가 '남보다' 먼저, '남보다' 빨리, '남보다' 자주의 스피드 경영을 간절한 마음으로 실천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성공체험으로 한계돌파 능력을 갖추는 등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탄탄한 체질을 확보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올해에도 전략의 실행속도와 조직문화 변화속도를 두 배로 올리기 위한 '스피드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핵심사업 강화 ▲고객가치 혁신 ▲조직역량 강화라는 세 가지 스피드 경영 과제를 중심으로 지금의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 사업분야와 시너지 창출효과가 높은 분야에서의 신규 사업발굴을 통해 사업영역을 더욱 넓혀나가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조기에 사업화를 추진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R&D활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클린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도약
LG화학은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신(新)성장동력으로써 정보전자소재 부문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기존 사업분야와 시너지 창출효과가 높은 디스플레이, 클린에너지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초고유가 상황에서 각광받고 있는 클린에너지 사업분야에서 LG화학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미국 GM사의 전기자동차용 리튬폴리머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
LG화학은 이번 공급업체 선정에 따라 기존 HEV용 배터리 생산라인이 위치한 충북 오창테크노파크에 2010년 상반기까지 추가적으로 GM용 양산 채비를 갖춘 후, 2010년 하반기부터 2015년까지 6년간 GM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GM이 2010년 하반기에 양산할 예정인 시보레 볼트는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전기자동차로서, 순수 배터리 힘만으로 구동하는 차세대 친환경 차량이다.
따라서 출력, 안전성 등 배터리의 성능이 전기자동차의 상용화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핵심 요소로 손꼽히며, 세계 첫 양산형 전기자동차에 어느 업체의 배터리가 적용될 것인가는 전세계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돼 왔다.
LG화학이 GM에 공급하게 될 배터리는 크기 180㎝, 무게 180㎏, 전력량 16kWh의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다. 현재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니켈수소 배터리에 비해 50% 이상의 높은 출력과 에너지를 제공함으로써 가볍고 콤팩트한 구조로 배터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시보레 볼트용 배터리 공급업체 선정과 관련해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로부터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술력을 인정받은 쾌거"라면서 "LG화학 60여년 역사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초대형 사업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김 부회장은 또 "2013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하는 등 HEV/EV용 배터리 사업을 LG화학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 궁극적으로 HEV/EV용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톱 메이커(Global Top Maker)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현대차가 올 7월 국내 최초로 양산할 예정인 하이브리드카 ‘아반떼’와 기아차가 올 9월 양산할 예정인 하이브리드카 ‘포르테’에도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단독 공급키로 하는 등 HEV/EV용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업체로 도약하고 있다.
한편, LG화학은 태양전지 분야에서도 폴리실리콘 분야에 진출하기로 결정하는 등 에너지 사업분야에서의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