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영의 미래토크] 글로벌 경제 전환: 강결합에서 약결합으로

입력 2021-1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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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우리나라가 최근 요소수 부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중국의 호주 석탄 수입 통제로 요소 생산원료인 석탄이 부족해지고, 요소의 생산 부족은 요소 비료 부족 현상을 가져왔으며, 중국은 비료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우리나라에 요소수 부족을 가져왔다. 호수에 돌멩이를 던졌더니, 그 물결이 반대편 호숫가에 일렁인 것과 다르지 않다. 혹은 유리창에 난 작은 금이 반대편 끝까지 전파된 것과 같다.

돌멩이가 일으킨 물결을 경제학에서는 물결효과라 한다. 세계가 지역적으로 단절되어 있거나 연계성이 없다면, 물결은 그 단절의 벽에 막혀서 그 너머로 전파되지 못한다. 세계화는 각 경제주체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세계를 촘촘하게 연결했다. 연결된 형상이 매우 강하고 조밀하여, 이를 경제적 이윤을 지향하는 단일한 결정체로 비유할 수 있다. 이 단일 결정체는 일정 수준 이하의 압박은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의 충격은 전체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다. 느슨한 연결이 이윤을 줄이기는 하나 충격을 솜처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결합 경제와 약결합 경제는 대조적이다.

강결합 경제인 세계화는 인류사회의 부를 증가시켰다. 세계화 이후 중산층이 늘었고, 절대빈곤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그 이면에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과 저개발국의 석탄 수요 증가로 기후변화를 부채질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세계화의 공헌이 낮지 않다. 문제는 강결합 경제에 균열을 일으킬 만한 사건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전세계 공급망 사슬과 경제적 연결이 취약함을 보여주었다. 2020년 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고, 유럽과 미국은 마스크, 보호복, 진단키트를 확보하기 위해 냉혹한 경쟁을 벌였다. 미·중 글로벌 헤게모니 전쟁의 전초전은 돌고 돌아서 우리나라 요소수 부족 사태를 낳았다.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보다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 세계질서의 다극화, 극단적 경기 침체, 제2의 코로나 사태 등은 강결합 글로벌 경제를 약결합 경제로 이행하게 할 것이다.

그것만이 약결합 경제로 이행의 원인은 아니다. 국가자본주의는 자유경제에 일정 부분 배치된다. 미국은 양적완화를 통해 자국 경제와 자국 산업을 지키려 한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한국의 삼성, SK 하이닉스 및 대만 TSMC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공급망 정보를 요구하여 팔을 비틀어 받아냈다. 중국은 공동부유를 공공연하게 주장하며, 민간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기업에 다양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본은 기술적 무역장벽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 세계질서가 다극화됨에 따라 국가자본주의는 강화된다. 교과서에 실린 이상적인 자유시장질서는 점차 후퇴하고 있으며, 자유시장경제에 바탕을 두고 있는 세계화도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기후위기 등의 극단적이고 세계적인 사건의 빈발과 국가자본주의 강화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지향하는 강결합 글로벌 경제를 약결합 경제로 전환하게 한다. 이는 수출 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재·부품·장비와 최종 제품의 수출입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이를 사전에 철저히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요소 공장이 문을 닫은 이유는 중국 요소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공급망 다변화든, 안보적 이유로 최소 생산 시설을 갖추든 비용을 높여서 해당 산업의 가격경쟁력을 낮춘다.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중시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강결합에서 약결합으로 이전하는 데에는 상당한 변수가 존재한다. 국가전략 측면에서 보다 복잡한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다.

우선 강결합 경제가 약결합 경제로 이행하는 양태에 대한 분석과 미래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국가자본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현재 합종연횡의 시각으로 거대 글로벌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관련 거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안보 측면에서의 공급망 다변화와 단축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와 관련, 정부 기능의 강화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도 일정 수준 국가자본주의를 강화해야 하며, 특정한 분야의 산업은 공공 영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특정 시장은 계획경제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 더 경쟁력 있을 수 있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냉전이 종식된 이후 세계질서가 뷰카(VUCA), 즉 세계질서가 요동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며, 국가 간 관계가 모호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21세기 들어 뷰카 현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우리 기업은, 그리고 우리 개개인은 경제시스템의 전환에 대해 복잡하면서도 차분한 대화와 논의를 나누어야 하고 또한 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지금부터 그 대화와 논의를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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