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개 숙인 윤석열…거센 '규탄'에 5.18묘역까진 못 가

입력 2021-11-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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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개 시민단체, 윤 후보 가로막아 충돌
"윤 후보가 묘비 만지는 것도 용납 못해" 참배 저지
추모탑 못다가선 윤석열, 헌화·분향 대신 묵념
尹 "상처 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 드려"
"5·18 정신, 헌법 전문에 올라가야"

▲10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진로를 막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 지 약 3주만에 광주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몇몇 시민단체의 항의로 곤욕을 치렀다. 일부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윤 후보의 5·18민주묘지 참배를 저지하며 농성을 벌여 '성난 호남 민심 달래기'에는 실패했다.

윤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하자 시민단체 50여명은 묘역 내 5·18민주항쟁추모탑 앞에서 '광주 방문 반대'를 외치며 윤 후보 앞을 가로 막았고, 이를 경찰이 제지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 참여자치21 등 100여 개의 광주 시민사회단체와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소속 회원 및 대학생들은 윤 후보가 도착하기 수 시간 전부터 5·18민주묘지 내 충념문 앞 계단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학살자 미화하는 당신이 전두환이다'는 현수막과 '진정성 없는 가짜 사과는 필요 없다'는 등의 손 피켓을 들고 윤 후보의 참배를 저지했다. 또 오월어머니집 회원들도 5·18민중항쟁 추모탑 앞에서 "5·18을 폄훼한 윤석열 후보가 묘비를 만지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며 윤 후보의 참배를 막았다.

묘지 입구 앞 곳곳에는 '입발린 사과 필요없다, '광주를 더럽히지 말라', ' 전두환과 다를게 없다' 등 윤 후보를 규탄하는 현수막도 걸려 있는 상태다. 다만, 앞서 윤 후보 측이 "썩은 사과든, 계란이든 던지면 당연히 맞을 것"이라고 각오했지만 이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국 윤 후보는 5·18 민주묘지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 했으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추모탑까지 다가서지 못하고 중간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윤 후보는 "저의 발언으로 상처 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10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막혀 묘역 근처에서 참배를 하면서 묵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윤 후보는 참배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추모탑 앞까지 나아가지 못한 데 대해 "항의하는 분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며 "5월 영령들에 분향하고 참배하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많은 분이 협조해주셔서 분향은 못 했지만 사과드리고 참배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5·18 정신이라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므로 당연히 개헌 때 헌법 전문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고 전부터 늘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을 찾은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 분들도 그렇게 말하는 분 꽤 있다"고 거듭 강조해 논란이 됐다.

관련 발언 이틀 뒤 "유감을 표한다", "송구스럽다" 등 부적절함을 인정했지만,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윤 후보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은 물론 반려견 '토리'를 위한 인스타그램인 '토리스타그램'에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 등 여러 장의 사과 사진을 올려 또 다시 논란이 됐다.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이것이 '사과는 개나 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맹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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