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안 한 사주 일가에 수십억 급여…대기업·사주일가 30명 세무조사

입력 2021-11-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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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부동산·사치품 등 코로나 호황 업종서 탈세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코로나 경제위기에 호황업종을 영위하며 반사이익을 독점하고 부를 편법 대물림한 대기업 및 사주일가 등 탈세혐의자 30명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대기업 제조업체인 A사는 일한 적이 없는 사주일가에 연 수십억 원의 고액의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하고, 회사 명의 고급 리조트도 사적으로 제공했다. 사주 아들은 회사 명의로 고가의 리무진 승용차를 사적으로 유용하면서 차량유지비로 회삿돈 수십억 원을 썼다. 미술품 애호가인 사주는 회삿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사들인 뒤 이를 수십억 원에 팔아 차익을 챙기고는 소득 신고도 하지 않았다.

#B 그룹의 사주는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그룹 내 제약회사가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할 것을 예상하고, 곧 상장할 것이라는 회사 내부정보를 자녀들에게 알렸다. 사주 자녀들은 상장 직전 제약회사의 주식을 취득했고, 이후 상장으로 단기간 주가 상승에 따른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국세청은 IT·부동산·건설·사치품 유통 등 코로나 반사효과로 매출과 수익이 증가한 알짜회사를 사유화해 이익을 빼돌리거나 일감 몰아주기․사업기회 제공 등 교묘한 방법으로 자녀에게 부를 편법 승계한 대기업과 사주일가 3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 법인은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매출이 평균 6.4%(451억 원) 증가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사주일가 총 재산은 2020년 기준 약 9조3000억 원으로, 평균 3103억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최근 5년 사이 사주 재산은 30.1%, 사주 자녀의 재산은 39.0%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들을 △코로나19 반사이익 가로채기 △자녀 재산증식 기회 몰아주기 △중견기업의 대기업 탈세 모방하기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우선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대적 호황으로 얻은 기업이익을 법인명의 슈퍼카, 호화 리조트, 고가미술품 등을 구매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한 사주일가 12명이 조사를 받는다. 이들은 고액 급여·상여·배당을 통해 기업이익을 가로채는 등 사익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시의무 없는 유한책임회사 등을 자녀 명의로 설립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일감 몰아주기·떼어주기·끼워 넣기 등으로 자녀에게 부를 변칙적으로 이전한 9명도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이들이 10대부터 '부모찬스'를 통해 법인 주식과 종잣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이 콜옵션부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주가 상승 시 사주와 사주 자녀에게 콜옵션을 부여(법인 행사 포기)하거나, 사주일가가 해외 부외자금을 역외펀드로 위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기업 탈세를 모방한 9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코로나 경제위기에 편승한 부의 무상 이전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익편취와 같이 공정경제에 역행하는 반사회적 탈세에 대해 조사역량을 최대한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과정에서 증빙 자료 조작, 차명 계좌 이용 등 고의적으로 탈세한 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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