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키 쥔 2030] MZ세대 '노오력' 대신 "NO" 정치 세력화

입력 2021-11-07 18:04수정 2021-11-0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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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후 '뭉치면 바꿀 수 있다' 학습
부동산ㆍ인국공 문정부에 실망감
야 서울시장ㆍ30대 대표 선출 영향
상대적 적은 득표수 한계 지적도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2030 자원봉사단 '홍카단'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자원봉사단의 환영을 받으며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제공=홍준표 후보 캠프)

올해 들어 정치권에서의 20·30세대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졌다. 4·7 재·보궐선거와 국민의힘의 당 대표 선거 및 대통령 후보 선거 등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으로 참여가 적었던 2030이기에 갑작스레 등장한 것 같지만,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위한 준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선 교육 환경의 변화다. 현재도 소위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여전하다고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선 토론과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교실에서뿐 아니라 규모가 큰 토론회 기회도 많아졌다.

당장 이달만 해도 충남 논산시에선 시청에서 중·고등학생 학생회장들을 모아 청소년 정책 토론회를 열었고,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에선 중·고등학교 학생회와 동아리의 학생들 100명을 초청해 미래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토론회도 여럿 열렸고, 지난 대선 당시 화제가 됐던 중·고교생 모의투표도 지속했다.

교육 차원을 넘어 사회를 향한 작지 않은 목소리도 있다. 2019년 정치 편향 교육 논란이 제기된 서울 관악구 인헌고에선 학생들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 농성을 했다.

이처럼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해진 가운데 근래 피부에 닿는 사회 문제는 2030이 들고 일어선 계기가 됐다. 시작은 2016년 탄핵정국이다. 청년들은 대규모 촛불 집회로 시위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명 경험도 쌓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효능감까지 느꼈다.

정치에 관심이 한껏 오른 2030은 문재인 정부에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했다. 고질적 취업난 속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불공정을 외쳤고, 미숙한 성평등 정책에 젠더 갈등이 심화됐다. 거기다 뛰는 집값에 박탈감까지 느끼자 2030은 올해 4·7 재·보궐선거부터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으로 눈을 돌렸다.

2030이 유입된 국민의힘은 요동쳤다.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2030 지지를 업은 오세훈 시장이 당선됐고, 당 대표 선거에선 2030의 힘을 입은 이준석 대표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거대정당의 30대 당수가 됐다.

이에 민주당 역시 청년들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변화를 꾀했다. 보궐선거 패배 후에는 이동학 청년최고위원을 필두로 청년들을 위한 메시지를 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청년비서관으로는 박성민 전 최고위원을 임명하는 등 청년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 세번째)가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 및 경선후보들과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원내대표, 홍준표 경선후보, 윤 후보, 유승민, 원희룡 경선후보, 이준석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이런 2030의 성장에도 한계는 있다. 소수라는 점이다. 득표수가 절대적 척도인 정치권의 경우 특히 그렇다.

윤석열 후보 캠프에 속한 주호영 의원은 2030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20~30대는 정치인들의 이전의 여러 가지 일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가까운 뉴스를 접하고 보는 것을 가지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 여권에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후보도 2030 지지율과 관련해 “20대의 경우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다”고 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30 정치인의 입지도 넓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헌정 사상 첫 30대 당수가 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당선 후 당 안팎에서 숱한 공격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의 지시를 무시하는 의원들은 물론 대선후보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존칭을 쓰지 않는 일도 있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후보가 본인이 속한 당 대표임에도 낮춰 말하는 게 (젊은 정치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역시 청년 정치인들이 기를 펴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은 586 운동권 세대에 밀려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국민의힘보다 주목받는 청년 정치인도 상대적으로 적다. 장경태 의원 등 청년 정치인들이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기성 정치인들에 설득을 끌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야권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청년 정치인은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대할 때 마냥 어린아이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며 “말을 안 하면 어리니깐 못 한다 그러고 말을 잘하면 어린 게 어디서 말을 함부로 하느냐고 혼을 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고 의견을 들어줄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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