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에 전국 ‘비상’…비료·시멘트 생산에도 차질 우려

입력 2021-11-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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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ㆍ호주 분쟁에 전세계 품귀…러시아 등 국외 요소 유출 막아

산업용→차량용 전환?
정부, 기술 검토에 전문가 우려
"요소 함량ㆍ촉매 달라 부적절"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김준회 정해네트웍스 대표가 소방차와 구급차를 대상으로 요소수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김 대표는 정해네트웍스가 운영하는 6개 주유소에 ‘소방차, 119구급차 요소수 급하면 그냥 오세요.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제공=정해네트웍스)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인해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물류업계에 이어 비료업계, 시멘트업계 등 다른 산업에도 불똥이 튀면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성분으로, 디젤 차량 등에 의무 장착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요소수 품귀 현상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심한 상황이다. 디젤차 비중이 높은 데다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요소수의 원료인 산업용 요소는 97.6%가 중국산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호주와의 ‘석탄 분쟁’에 따른 자국 내 요소 생산 위축과 공급 차질로 인해 갑작스럽게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우선 요소수 부족으로 인해 디젤 엔진 차량인 화물 트럭이 멈추면 사상 최악의 물류 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 현재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 대 가운데 60%가량을 차지하는 약 200만 대에 SCR가 장착돼 요소수가 필수이다. 요소수가 부족할 경우, 운행 중 시동이 꺼지거나 속도가 20% 정도로 감소해 사실상 운행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요소 부족 현상은 비료와 시멘트업계 등 다른 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요소는 농사용 화학 비료의 주성분이다.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국내에 수입된 55만 톤(t) 중 22만톤이 비료용이었다.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도 요소수를 뿌려 제거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딱히 없다. 요소를 러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려고 해도 전 세계적으로 요소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가급적 외부로 유출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이다.

소방 등 공공 영역에도 요소수 부족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소방당국이 전국에서 운영하는 6748대 소방차 중 80.5%, 1675대 구급차량 중 90.0%가 요소수를 사용하고 있는 차량이다. 이에 소방 당국은 1일 전국 소방본부에 공문을 보내 요소수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서둘러 검토하기로 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요소수는 요소 함량에 따라 차량용과 선박용, 산업용, 농업용으로 구분하고, 촉매 성분도 달라서 산업용을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이 가능한지에 대한 기술 검토를 먼저 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검사를 진행하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차량용 요소수가 많이 보급될 때에는 이 같은 전환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부분이었다”며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술적 분석을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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