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치는 연예인 쓰느니”...도미노가 김선호 대신 루피 선택한 이유

입력 2021-11-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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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망 루피’와의 콜라보레이션을 공개한 도미노피자 SNS. (도미노피자 인스타그램 캡처)

전 여자친구에 대한 낙태 종용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 김선호의 광고가 속속 재개되고 있다. 김선호는 지난달 17일 전 여자친구의 폭로로 논란은 빚으며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모델로 활동 중이던 광고가 중단되는 등 연예계 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폭로 내용과 다르게 낙태를 종용하지 않았다는 소식들이 전해지며 그를 모델로 활용한 광고들이 재개되고 있다.

의혹이 사실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겠지만, 이번 김선호 논란은 ‘연예인 리스크’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예인을 모델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 불필요한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도미노 피자가 만화 ‘뽀로로’에 나오는 캐릭터인 ‘루피’를 이용해 광고를 제작하는 등 광고계는 연예인 리스크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고 모델 ‘루피’... ‘연예인 리스크’ 피하려는 시도

▲잔망 루피. (잔망 루피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1일 도미노피자는 공식 SNS를 통해 ‘잔망 루피’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잔망 루피는 만화 ‘뽀로로’에 나오는 분홍색 비버 캐릭터인 ‘루피’의 부캐(부캐릭터)다. 잔망 루피는 루피 이미지를 편집해 사악하게 보이게 만드는 장난에서 시작된 캐릭터지만,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출시되거나 공식 SNS 계정이 만들어지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도미노피자가 캐릭터를 광고에 활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에 영향받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도미노피자는 지난 2월 김선호와 신동엽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제작했다. 그러나 김선호의 낙태 종용 의혹 논란이 일자 관련 광고를 중단하고 신동엽이 출연하는 광고만 남겨뒀다.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나 기업 이미지 타격에 대한 우려에 대응한 것이다. 결국 김선호 ‘스캔들’에 관련 광고를 내리고, 캐릭터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내보낸 모습이다.

김선호의 논란은 실제로 특정 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11번가는 최대 행사인 십일절페스티벌을 앞두고 김선호가 나오는 광고를 내보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의 ‘11번가 탈퇴 인증’ 운동이 이어지는 등 불매 운동의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트위터에는 ‘김선호 때문에_11번가_탈퇴 완료’라는 인증 트윗이 8000개 이상 올라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 부담 X, 비용 ↓...관련 시장 더욱 커질 것

▲롯데홈쇼핑이 만든 가상 인물 ‘루시’ (루시 인스타그램 캡처)

도미노피자 외에도 여러 기업이 연예인 리스크를 피하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정도다. 가상의 인물인 만큼 연예인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데다 비용도 저렴하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12일 자체 쇼핑 행사를 앞두고 가상 인물 ‘루시’를 모델로 선정했다.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루시는 MZ 세대가 선호하는 얼굴 형태를 모아 제작된 가상 인물이다. 쥬얼리 브랜드인 O.S.T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공동구매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롯데홈쇼핑은 추후 루시를 쇼호스트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7월 가상 인물인 ‘로지’를 모델로 기용해 광고를 제작했다. 로지는 지난해 12월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공개한 가상 인플루언서다. 10만 명이 넘는 SNS 팔로워를 거느린 로지는 올해 신한라이프 외에도 헤라, 질스튜어트 등 5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광고 외에도 100건이 넘는 협찬을 받는 등 올해 수입만 10억 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브러드가 만든 가상 인물 릴 미켈라.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해외에서는 가상 인물의 활동이 국내보다 더 활발하다.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브러드가 만든 가상 인물 ‘릴 미켈라’는 샤넬·루이비통 등의 모델로 활동하며 2020년 한 해에만 130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상 인물을 모델로 기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기업이 가상 인플루언서에게 쓰는 마케팅 비용이 2019년 80억 달러(약 9조 원)에서 2022년 150억 달러(약 17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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