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 손실 봤는데도 과세?…“현실 반영한 가상자산 과세안 필요”

입력 2021-11-0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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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상자산 과세를 할 경우, 손실이 발생해도 되레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TF와 함께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규제 정책 영역에 있는 분들이 블록체인의 원론과 대략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알 뿐 필드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모르고 있다”라며 “과세 입증책임을 납세자들에게 오롯이 전가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들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최 에반젤리스트는 해외거래소와 국내거래소 간 교차거래 시 과세 한계에 대해 분석했다. 현재 방식대로 과세를 진행할 경우 가상자산 투자 과정에서 손실을 입었는데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의 경우 최대 5년까지 이월 공제가 가능한 것과 견주어 볼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사진='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 토론집 갈무리)

최 에반젤리스트는 실제 투자자의 상황을 가정에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1억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구매해 해외거래소로 보내고, 김치프리미엄ㆍ가격급락 등으로 가격이 떨어져 약 2000만 원이 손실이 나는 경우를 상정했다.

이후 해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A코인을 구매하고 국내거래소로 A코인을 이전, 2022년과 2023년 2차에 걸쳐 매도를 진행한다. 이러면 1억 원의 투자원금에서 반토막에 가까운 45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275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현행 가상자산 과세 방안이 해당연도의 손익통산만 허용하기 때문이다.

관련해 최 에반젤리스트는 “2022년 첫해에는 275만 원의 세금을 내고, 그다음 해에는 손해를 인정해 내야 할 세금이 없다”라며 “이런 부분이 실질과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리워드토큰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목됐다. 통상 리워드토큰은 투자자가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댓글, 추천/비추천, 설문응답, 출석체크 등의 활동을 한 뒤 지급된다. 예를 들어 B코인을 거래소를 통해 100개 매입하고, 에어드랍 등을 통해 100개를 얻었을 경우 가격별로 선입한 코인 수량의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관련해 최 에반젤리스트는 “리워드토큰은 디지털생태계 내 토큰이코노미를 가장 잘 구현한 보상체계”라며 “이외에도 취득가액 입증이 어려운 경우 취득원가를 0원으로 처리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채굴하는 가상자산에 대한 내용들은 어떻게 증빙하겠나”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방안 및 제반 문제점’이라는 발제를 맡았던 오동현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또한 “거래소를 통과하지 않는 P2P 거래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방안도 없다”라며 “일단 과세 먼저 하자는 말은 환경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안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현재 여당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적극 검토 중이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가상자산 과세를 연기하는 방향으로 당에서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조만간 공식적인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민주연구원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힘을 보탰다.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상자산 인식 여론조사 결과 53.9%가 ‘주식 과세 시기에 맞춰 1년 유예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유예 이유에 대해서는 33.3%는 ‘세금 부과만 하고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은 없어서’, 26.6%는 ‘주식 세금 부과 시기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23.0%는 ‘세금 부과 기준이 모호하고 징수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AP뉴시스

업계와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강행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업계와 국회에서는 기재부의 입장 선회 명목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관련해 업계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가상자산 과세가 불가능한데 기재부가 이제 와서 말바꾸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여당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당론으로 정리하고 용퇴를 권하는 모양이 보기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가장 맞는 선택지”라며 “과세 유예에 대한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향후 조세소위 등에서 관련한 내용이 물살을 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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