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진짜 승자는 따로 있었다...사기극으로 끝난 ‘오징어게임’ 코인 광풍

입력 2021-11-0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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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데이에 ‘오징어게임’ 복장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참가자들. 로이터연합뉴스
‘오징어게임’의 최종 승자는 성기훈이 아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진짜 승자는 정체불명의 사기꾼이었습니다. 한동안 가상화폐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오징어게임’ 코인의 설립자입니다.

지난주 가상화폐 시장에는 ‘오징어게임(Squid Game)’이라는 정체불명의 코인이 급부상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10월 20일(현지시간) 데뷔 후 사흘간 시가총액이 84억6761만 달러를 돌파하더니 31일 밤 시점에는 31만% 이상 폭등했습니다.

사기 사건은 그 다음 날인 11월 1일에 일어났습니다. 1일 오전 2시에서 5시 30분 사이에 2856달러까지 치솟았던 오징어게임 코인은 불과 5분 만에 0달러대로 주저앉았습니다. 트위터가 의심스러운 활동을 감지했다며 계정을 일시 폐쇄한 후 붕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오징어게임을 설명하는 백서와 코인의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계정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설립자는 210만 달러(약 24억 원)를 챙겼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러그 풀(rug pull·발 밑의 카페트를 갑자기 잡아뺀다는 뜻)’ 사기라고 입을 모읍니다. 러그 풀이란, 가상화폐 개발자가 코인을 모두 현금으로 교환해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징어게임(squidgame) 코인 가격 추이. 출처 : 코인마켓캡
앞서 업계와 전문가들은 오징어게임 코인의 사기가 의심된다는 경고음을 내왔습니다. 코인마켓캡은 상장 초기부터 잠재 거래자들에게 오징어게임의 사기성에 대해 경고하며 실사를 하고 주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의 대표적인 디파이 서비스 팬케이크스왑에는 오징어게임 투자로 얻은 수익을 현금화할 수 없다는 구매자의 보고서도 쌓였다고 합니다.

가상화폐 데이터 플랫폼인 코인게코의 바비 옹 공동 설립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이 삭제되는 것은 그것이 명백한 사기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 역시 트위터를 통해 오징어게임 코인이 사기라는 의혹을 제기했었습니다. 설립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지지한다는 댓글이 가짜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오징어게임에 뛰어든 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인기 때문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말 그대로 ‘홀린 것’이지요. “설마...”하면서 말이죠.

코인데스크는 이번 오징어게임 사기극에 대해 “가상화폐 시장에서 새롭게 과장된 토큰에 투자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일례”라고 분석했습니다.

Bsc스캔의 데이터에 따르면 웹사이트에서 러그 풀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된 주소가 오징어게임 코인을 버리고 수백만 달러 상당의 BNB 토큰을 현금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BNB는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의 기본 토큰이다.

코인데스크는 “오징어게임 코인은 넷플릭스 드라마와 관련이 없다”며 이번 사기극으로 ‘스퀴드게임프로토콜’, ‘스퀴드어노믹스’ 등 ‘스퀴드게임’이 들어간 코인들의 가격이 동반 급락했다고 전했습니다.

▲트위터 캡처
이번 사기극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됐습니다. 5000달러를 넣었다는 한 익명의 투자자는 가디언에 “이 코인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트위터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문화적 현상에 기반한 ‘밈(meme)’ 코인 구매를 고려할 때는 시장에서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코넬대학 이코노미스트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BBC 와의 인터뷰에서 “놀랍게도 많은 코인들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아 밸류에이션이 엄청나게 부풀려졌다”며 “그런 투기 열풍에 휩싸인 순진한 개인 투자자는 상당한 손실 위험에 직면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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