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ㆍ'빅3' 공세에 지역 백화점 '소멸'

입력 2021-10-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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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백·대백 이어 서울 태평백화점도 '아듀'

지역 백화점 1차 위기는 IMF…신촌 그레이스·대전 동양 등 역사 뒤안길
온라인ㆍ코로나19로 지역 백화점 몰락 속 '빅3'는 지방 상권 가속페달

▲더현대서울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지역 백화점이 소멸하고 있다. 단일 점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리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파고도 넘겼던 대구백화점과 대구 동아백화점이 연이어 문을 닫은데 이어 서울의 마지막 단일 백화점인 태평백화점도 영업을 종료한다.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데다 코로나19까지 덮치며 찬물을 끼얹었다. 빵빵한 자금력과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롯데쇼핑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 계열 백화점의 공세도 원인으로 꼽힌다. 유통 빅3의 지역 상권 접수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들은 최근 1년 사이 각각 새로운 점포를 내놓은데 이어 계속해서 신규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 대구 동아ㆍ대구백화점에 서울 태평백화점도 영업 종료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태평백화점은 31일까지 열리는 고별전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서울 동작구가 6월 공고한 도시관리계획을 보면 태평백화점 자리엔 지하 6층, 지상 23층 규모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선다.

1992년 12월 이수역 인근에 오픈했던 태평백화점이 30여년만에 문을 닫으면서 서울에서 개별 업자가 운영하는 단일 백화점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지역 단일 백화점이 문 닫는 사례는 최근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대구 동아백화점 폐점에 이어 올해 7월에는 대구 동성로의 대구백화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재개점 시점이 없는 무기한 휴점이다. 백화점 측은 임대와 리모델링, 아웃렛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이다. 다만 다른 점포인 대구 대봉동의 대백프라자는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태평백화점 (태평백화점 인스타그램 캡쳐)

◇ IMF위기도 넘었는데...또다른 위기 ‘코로나19’

1990년 대만 해도 단일 백화점은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위기는 찾아왔다. 지역 백화점이 쇠락을 걷게 되는 첫 충격은 IMF 위기가 꼽힌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 백화점과 달리 지역 백화점은 외환위기에 추풍 낙엽처럼 쓰러져갔다. 이들의 빈자리는 롯데와 현대, 한화 갤러리아 등이 채웠다.

서울 신촌역에 자리잡은 그레이스백화점은 1998년 현대백화점으로 바꼈고, 향토 백화점인 대전의 동양백화점은 2000년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이 무렵 부산의 태화백화점과 미화당백화점, 유나백화점과 광주의 화니백화점도 1997년 폐업했다. 서울 서초동의 초호화백화점인 삼풍백화점은 1995년 붕괴 사고로 사라졌다.

IMF 파고를 이겨낸 백화점들도 코로나19를 넘기기는 어려웠다. 지역색이 강해 명맥을 이어오던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도 타격을 입었다. 대구는 1972년 신세계가 대구점을 개점했다가 3년 만에 두손 들고 철수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달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3사의 매출은 지난해 매출은 직전년에 비해 14.2% 뒷걸음질쳤는데 그나마 해외 유명브랜드의 매출 증가(15.1%)로 선방한 덕이다. 명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지 못한 지역 백화점은 버틸 재간이 없었던 셈이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사진제공=신세계)

◇ 유통 '빅3'의 진격…명품ㆍ규모 무기로 지방 상권 압도

대기업 계열 백화점의 득세가 지역 백화점 몰락을 가속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모기업을 등에 업은 데다, 의류 및 주류, 잡화 등 계열사까지 보유해 백화점 운영에 한층 유리하다. 특히 명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규모면에서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며 지역 백화점보다 우위에 섰다.

1979년 국내 1호점을 낸 롯데백화점은 현재 아웃렛 21개와 쇼핑몰 6개를 포함해 전국 58개를 운영 중이며, 1963년 동화백화점을 신세계로 바꿔 첫발을 내디딘 신세계 백화점은 11개 점포를 갖고 있다. 1971년 설립된 금강개발산업을 모체로 한 현대백화점도 백화점 16개와 아웃렛 7개, 면세점 3개를 운영 중이다.

이들 업체는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 속에서도 오프라인 점포를 늘리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오픈한 점포만 보더라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롯데백화점 동탄점,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 갤러리아 광교점 등을 비롯해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등이 있다. 신세계는 내달에는 제주 아웃렛 오픈에 이어 수서역점 계획도 내놨다.

대구의 경우 2003년 롯데백화점이 대구역사에 대구점 문을 열었고, 2011년에는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오픈했다. 2016년에는 신세계백화점까지 동대구역사에 문을 열어 지역 백화점의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었다.

특히 신세계 대구점은 롤렉스와 함께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이른바 명품 빅3를 모두 입점시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7년 6683억 원이었던 신세계 대구점 매출은 지난해 7891억 원으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대구백화점은 1372억 원이던 매출이 911억 원으로 주춤했다.

이달말 폐점하는 태평백화점 역시 대기업 백화점의 공세로 사실상 백화점보다는 도심형 아웃렛이나 대형마트 성격으로 운영해왔다. 태평백화점을 운영하는 경유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66억 원으로 전년(103억 원)보다 35.6% 줄었다. 이에 비해 태평백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지난해 국내 백화점 최초로 2년 연속 2조 원대 매출을 기록해 대비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강세로 인해 오프라인 점포는 명품과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으면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라며 “대형화 추세 속에서 중소 점포는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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