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1200원 선, 악재 중첩된 한국 경제

입력 2021-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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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까지 치고 올랐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198.8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200.4원까지 급등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7월 24일(1201.5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넘는 등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의 임박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으로 돈이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의 유동성 위기까지 중첩되고 있다. 헝다는 12일 채권이자 1억4813만 달러의 지급 만기일을 맞았으나 상환하지 못했다. 오는 19일과 30일에도 2643만 달러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이자 지급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계속 헝다의 파산 가능성이 부각돼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도 이탈하면서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는 2916.38로 전 거래일보다 39.92포인트(1.35%) 떨어졌다.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두드러진다. 외국인은 12일 하루에만 9899억3000만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10월 들어 외국인 순매도 금액만 3조 원에 이르면서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내다 팔고 다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국면이다.

원자잿값 급등에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수입물가를 올려 인플레의 가속이 불가피하다. 경기 부진까지 겹쳐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뚜렷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지난 8월 우리 경제의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뒷걸음쳤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악화하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전망 또한 먹구름인 상황에서 물가까지 치솟는 최악의 환경이다. 일단 금융안정이 당면 과제이지만, 금리정책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로 동결했다. 금리인상을 잠시 보류했을 뿐,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11월의 인상은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

금리 조정은 오히려 작은 사안일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우리 경제상황이 인플레 단계를 넘어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으로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대내외 악재(惡材)가 중첩돼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이 심각하다. 정부의 보다 엄중한 현실 인식이 절실하다. 경제가 더 이상 주저앉지 않도록 내수와 투자를 살리는 특단의 대책으로 경기를 방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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