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더 오르기 전에 회사채 찍자”, 기업간 온도차는 뚜렷

입력 2021-10-04 08:12수정 2021-10-0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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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신용등급 ‘AA-’인 KCC는 200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한 무보증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89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수요예측에 흥행하면서 내달 7일 2500억 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 중심으로 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채권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커 이자비용 부담을 우려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C, 대한항공, 신세계 등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해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몰리자 기업들은 증액 발행을 검토하며 금고 늘리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신용등급 BBB+급인 대한항공은 무보증 회사채 2000억 원을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322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2년물 1400억 원 모집에 1680억 원이, 3년물 600억 원에 1540억 원이 몰렸다. 대한항공 역시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내달 7일 회사채 발행 시 최대 2500억 원까지 증액 발행을 고심하고 있다.

신세계 역시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 예측을 진행했다. 3년물 1500억 원에는 3900억 원이, 5년물 500억 원에는 19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와 흥행에 성공했다. 투자자 수요를 확인한 신세계 역시 증액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흥행한 이유는 발행사(공급)와 투자자(수요)의 ‘입맛’이 맞아 떨어져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리자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기업들이 금리 추가 인상 전에 회사채 발행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수요예측 시장에서도 견조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발행금리가 높아지면서 크레딧채권의 매력이 높아져서다. 9월 채권금리는 8월 말 대비 20bp 이상 상승했다. 이달 들어 AA급 우량 기업조차 발행금리를 높게 제시해야 투자 수요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회사채는 오버금리로 발행됐다. 수요예측에선 신용등급(AA)과 비교해 10bp 높은 수준에서 모집물량을 채웠다.

등급별로는 우량등급 회사채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달 AA등급 이상에선 종근당(AA-/A+), 한국증권금융(AAA), 한국금융지주(AA-), 롯데렌탈(AA-), 한온시스템(AA), SK(AA+), CJ제일제당(AA), GSEPS(AA-), 포스코(AA+), LX하우시스(AA-/A+) 등이 수요예측을 진행해 모두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비우량등급에서는 실적개선 여부에 따라 수요가 엇갈렸다. E1(A+) 5년물, SK렌터카(A) 2년·3년물, 쌍용C&E(A) 3년물 등의 수요예측초과율은 800%를 넘어섰다 . 반면 풀무원식품(A-)은 5년물로 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18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와 부진한 결과를 보였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3년물 500억 원 모집에서 880억 원의 수요를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5년물 200억 원 모집에는 100억 원의 자금을 모으는 데에 그쳤다.

허영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투자 심리가 바뀌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 횟수와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며 “통화정책 불확실성 해소로 국고채 금리 변동성이 축소되며, 현 시점이 상단이라는 인식이 확대된다면 유통시장에서의 매수 심리는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22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9월 한 달간 국고채 3년 금리는 19.5bp, 10년 금리는 29.0bp 상승했다”며 “국채금리 불확실성은 크레딧투자를 머뭇거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4분기 연말효과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북클로징으로 인한 투자 감소 △은행 자금조달 확대로 인한 수급부담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은행 LCR 규제 완화 연장 및 대출 축소 움직임으로 인한 수급 부담 감소 △절대금리 매력 확대 △2016년 이후 앞당겨진 연초효과 흐름 등으로 4분기 시장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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