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 못한다…가계대출, 상환 능력 범위로 제한

입력 2021-09-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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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금융회의

4대 경제수장 7개월 만에 한자리
가계부채 억제책 합의 이달 발표
전세자금대출도 손질 가능성

▲고승범(왼쪽부터)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제공 기획재정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가 더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이 가계부채 억제 대책으로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데 합의하면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책은 10월 발표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대응 방향,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 주요 대내외 리스크 요인 등을 논의했다. 경제수장 4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2월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8월 취임한 후로는 처음이다.

홍 부총리는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크다”며 “(이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0.3%(168조6000억 원) 늘었다. 증가폭이 10%를 넘은 것은 2017년 2분기 이후 4년 만이며, 금융당국의 목표(5~6%)를 웃도는 수치다.

이들은 가계부채 현황과 함께 최근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 주요 대내외 리스크 요인 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기관장들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으로 관리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관리 방안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면서도 대출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것 △제2금융권도 시중은행만큼 DSR 규제를 적용하는 것 등이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고 위원장이 8월 18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DSR 규제 강화 방안의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 제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 수준이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한 데에 따른 것이다.

앞서 4월 금융위는 1억 원 이상 신용대출을 하거나,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6억 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했다. 기존엔 은행별로 DSR 40%만 맞추면 돼 일부 대출자는 40% 넘는 대출이 가능했으나, DSR 40% 규제 이후 불가능해졌다. 금융위는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2억 원 이상,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 원 이상 대출에 DSR 규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고 위원장이 고려하는 것처럼 DSR 규제 시행 시기를 앞당기면 2억 원 이상의 대출은 내년 7월 전에, 1억 원 이상 대출은 내후년 7월 전에 DSR 40%가 적용될 수 있다. 제2금융권의 DSR 한도는 현재 60%에서 은행 수준인 40%로 내려갈 수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정부의 기조에 맞춰 최근 KB국민은행은 전세자금대출의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했다. 기존엔 2억 원의 전세대출이 있는 세입자가 전셋값이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올랐을 경우, 전체 임차보증금의 80%인 4억8000만 원에서 기존 대출금 2억 원을 제외한 2억8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은행에선 이를 전셋값이 오른 만큼인 2억 원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통상 전세자금대출은 실수요로 분류된다. 고 위원장이 실수요자의 피해는 없게 하겠다고 했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고 위원장 말씀은) 최대한 피해를 없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해 전세자금대출에도 칼을 댈 가능성도 열어 뒀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 방향성을 점검하고 위기 대응 과정에서의 한시적 조치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위기는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와 달리 대외부문이 큰 흔들림 없이 관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테이퍼링 경계감으로 국내외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대외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균등 회복에 따른 격차 확대, 취약계층 및 한계 기업 기초체력 약화가 경제 회복 과정을 불안정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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