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행정절차법 위반, 재검토 해야

입력 2021-09-23 14:22수정 2021-09-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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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홍규 전 대교협 사무총장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진단)이 행정절차법 위반 등 다수 법적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진단 결과에 따라 일부 대학만 선정해 재정을 차별적으로 지원하려면 행정절차법에 따라 선정 기준 및 선정 대상 규모 등 처분 기준을 사전에 공표해야 했음에도 교육부가 이를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2주기인 지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을 자율개선대학으로 60% 내외 규모로 선정하겠다'며 상대적 기준을 사전에 공표했지만 올해 평가에서는 이를 사전에 공표하지 않았다.

실제로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3주기 평가에 앞서 ‘평가 결과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 혁신 역량을 갖춘 대학을 권역 균형을 고려해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으로 선정한다’고만 하고 선발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입장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 참여는 일반재정지원 ‘신청’이고 미선정 통보는 ‘신청이 거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평가는 처분성을 갖는 행정행위다. 그러나 교육부는 처분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 사전에 공표하지 않았으며 이는 행정절차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특히 예산에 의한 시혜적 지원일지라도 상대평가로 일정 비율 이하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고 지원을 받는 대학도 유지충원율에 따라 정원 감축 등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한 규제로 볼 수 있다. 이에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에 따라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함에도 법률 근거 없이 시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진단은 아무 책임이 없는 학생이 그 피해를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도 꼽힌다. 일반재정지원에서 미선정되거나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속한 대학 소속 학생들은 아무런 잘못 없이 불이익을 받게 돼 있는 구조다. 이는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에 위배될뿐더러 학생들은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합리적 사유 없이 재정 수혜와 명예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평등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무엇보다 대학의 구조조정에 앞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규제 개혁도 선행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대학 학사 운영 구조를 다양화하고 사립대학 재산 운용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대학의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학교법인의 기본재산 처분 재량을 확대해 기준을 초과하는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해 처분하거나, 이를 수익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외에도 △모집유보정원제 도입 △성인학습자 과정 별도 개설 허용(비수도권에 적용) △한 모집단위에서 주·야간, 평일·주말, 온·오프라인 과정 운영 허용 △수강료를 받는 별도의 Nano Degree 과정 도입 △외국인 학생 대상의 과정 및 모집단위 별도 편성·운영 허용(비수도권에 적용)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올해 진단 결과는 전면 보완돼야 한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13년간의 등록금 동결 등에 따른 대학의 수입 결손 보전 차원에서 진단 참여 대학 모두에 대해 지원하고 규제개혁을 즉시 추진해 대학이 다양한 방법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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