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없이 성급히 나와…외부적 시선 결여”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안’ 카드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성급하게 나온 ‘땜질식’ 처방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일각에선 나름대로 큰 결단이었던 만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때를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단 제언도 나왔다.
1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카카오가 발표한 상생안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 카카오는 전날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000억 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카카오의 ‘무한 확장’과 수수료 인상 등 갑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규제도 강화할 조짐이 보이자 내놓은 대책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상생안을 다소 급하게 발표했단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카카오에 가해진 지적에 대해 숙고할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연관 주체나 플랫폼 생태계 전반과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부족했단 평가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는 “카카오가 너무 일찍 항복한 게 아닌가, 성급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유 교수는 “카카오의 행보는 우리나라 혁신 생태계와 플랫폼 산업에 대한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 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플랫폼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만큼 공론화 작업을 통해 커다란 방향성이 정해지고 체계적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도 카카오 상생안에 대해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는 평을 남겼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모아 전체회의를 열고 개선안을 도출하는 내부적인 논의구조에선 뼈를 깎는 개선안이 나오기 어렵다”며 “지금 상황에선 외부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개선안에는 외부적인 시선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정현 교수는 개선안 내용에 관련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급하게 개선안을 마련하느라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단 설명이다. 위 교수는 “사업을 철수하고 조정한다면 B2B나 B2C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했다”며 “B2C 사업이라면 또다시 자영업자나 중소 규모 플랫폼과 마찰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그때마다 사업을 철수하거나 아예 업계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를 예측할 수 없다”고 짚었다.
3000억 원 규모의 상생 기금에 대해서도 “기금을 통해 다른 플랫폼이나 입점업체와 갈등하는 것을 해결하겠단 것인지, 그렇다면 1년에 600억 원꼴인 기금이 충분한지 모르겠다”며 “이미 존재하는 펀드나 정부 기금이 많지만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파격적이란 평가와 함께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냔 의견도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조만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업계 관계자는 “상당히 이른 시간에 내린 결정인 것 같은데 카카오모빌리티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폐지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앞서 호출 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주요한 수익 창출 수단이었을 수 있다. 상장을 앞두고 있던 기업이 이를 포기했다는 건 꽤 큰 결단이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상생협의회나 기금 등의 방식은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운영안이 나오지 않았으니 기다려볼 필요도 있겠다”고 했다.
카카오 상생안 자체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도 나타났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플랫폼 규제와 카카오 상생안 등에 관해 “소 닭 보듯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카카오는 스타트업처럼 작은 회사가 아니고 시가총액이 자동차 회사보다 큰 대기업”이라며 “문어발 확장과 수수료 인상 문제 등 다소 노골적인 행보를 보여 왔고 그렇기에 규제가 가해진 것인 만큼 스타트업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