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전창분 hy 동두천점 프레시매니저 "고객들이 '이모'라 부르며 소통해요"

입력 2021-09-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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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분 hy 프레시 매니저 (사진제공=hy)

사소한 물건도 로켓처럼 빠르게 배달해준다는 ‘배송혁명’ 시대에도 원류(源流)는 있다. 현관 문고리에 걸린 바구니 혹은 우유 투입구에 누군가 놓고 간 야쿠르트다. ‘누군가’에 해당하는 운반책은 전국 방방곡곡 배송망 최전선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 '프레시 매니저'다. 온갖 먹거리가 가득 담긴 그 시절 보냉 가방은 현재 전기 구동차 '코코'로 진화해 이들과 함께 배송의 역사를 잇고 있다.

전창분(44) hy 동두천점 프레시 매니저도 그 주인공 중 한사람이다. 전 매니저는 요즘 말로 ‘인싸’(인사이더)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말 붙이기도 좋아해 늘 인기가 좋았다던 그는 지금도 아파트 통장을 도맡을 정도로 외부활동에 적극적이다. 청소년 상담 봉사를 시작한 계기도 자녀 학부모 총회 참석차 학교를 오가던 중 교장 선생님의 눈에 띄어서였다. 그는 “한때 교사를 꿈꿨을 만큼 아이들을 좋아했다 보니 교장이 어느 날 청소년 상담 봉사를 권하더라”라면서 “그렇게 무보수로 일한 게 어느덧 10년이 넘는다”라고 했다.

주부와 청소년 상담 봉사를 하며 비교적 평탄했던 전 매니저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 건 2018년이다. 6.25 전쟁에 참전했을 만큼 용맹했던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면서다. 7남매에 위로 오빠만 여섯, 늦둥이 딸이던 전 매니저가 오롯이 돌봄을 책임졌다. 프레시매니저를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어머니 요양을 돕고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돈도 버는 직업이었다”라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야쿠르트 매니저 합격 전화를 받았다”라는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프레시 매니저로서 생활은 승승장구였다. 동두천점 매출은 그가 입사한 뒤 월 200만 원에서 800만 원 이상으로 4배가 뛰었다. 우수관리점에 뽑혀 상까지 받아 '로또 1등에 당첨된 대리점' 일등공신으로 불릴 정도다. 비결은 특유의 친화력과 오랫동안 해온 상담봉사다. 그는 “남의 말을 듣고 대화하는 일을 하다 보니 고객들도 ‘이모’라고 부르며 소통한다”라면서 “봉사시간만 1000시간이 넘어 경기도교육감상, 대한적십자상, 최근에는 양주시장상까지 받았다”라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한 고객으로부터 소통 불찰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었을 때였다. 전 매니저는 “당시 상처가 컸던 탓에 일을 관둬야 하나 싶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라는 그는 “점장님, 동료들이 많은 힘이 돼줬다. 프레시 매니저를 구성원으로서 소중히 대한다는 느낌을 받아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주변 사람들이 마구 달라붙어 '자석'이 별명이라는 전 매니저는 65세까지 프레시 매니저를 계속하는 게 꿈이다. 그는 "단기 고객보다는 10년, 20년 장기고객을 늘려 65세까지 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싶다. 고객들의 경조사나 결혼식 등에 초대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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