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해군 성범죄 사건, '2차 피해 방지' 미흡"

입력 2021-09-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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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3일 해군본부 등 대상 성범죄 관련 현장점검 결과 발표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해군 성범죄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당 부대에서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여기거나 여군이 부각되는 방식 위주로 해결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대 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상담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아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취약한 환경이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여성가족부는 1~3일 해군본부와 해군 2함대, 2함대 예하 해당 기지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이번 현장점검은 여가부의 내·외부 성희롱·성폭력 전문가들이 해군2함대 지휘관, 인사담당 부서장, 성고충전문상담관, 해당 부대원 등을 면담하고 서면자료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장점검 결과 부대원들의 성 고충 사안을 각각 심의하고 징계하는 성고충심의위원회와 징계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성고충심의원회는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제한적인 기능만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피해자 보호조치 등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 기회가 부족했다. 징계위원회는 외부위원에게는 의결권이 없고 내부 위원의 의견으로만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 5월 발생한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의 현장점검 결과에서도 그대로 지적됐던 내용이다. 당시 여가부 현장점검 결과 공군 성고충심의위는 운영된 적이 없었고, 공군 징계위 역시 내부 위원 의견으로만 징계가 결정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또 해군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현황 파악 및 원인 분석 등 통계자료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있었다. 앞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들 중 일부는 해군 단위의 재발방지대책도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다.

여가부는 "사건 통계가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재발방지대책도 알맞게 수립할 수 있는데 통계부터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성고충전문상담도 피해자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도서 및 격·오지 부대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외부 기관에 즉각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고,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상담관이 전입 여군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기 상담은 전입 3개월 이내에 실시토록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부대 내 성고충상담실이 부대원 공동이용 시설과 함께 위치해 상담의 비밀성·안정성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피해자는 성고충전문상담관과의 정기상담 시 이미 성범죄 피해가 있었지만 관련 고충을 털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는 "상담의 비밀성·안정성 확보가 어렵고 이에 따른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상담자가 외부 노출에 대한 부담감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적합한 장소에 성고충상담실을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인식하거나, 성범죄 사건 발생 시 여군 대상 간담회 개최 등 여군이 부각되는 방식 위주로 해결방안 논의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가부 관계자는 "함정 내 여성용 화장실 부족 등 성별에 따른 근무환경의 격차로 인한 근무상 불이익이나, 성평등 정책을 여군에 대한 우대나 남성 역차별로 인식해 오히려 여군을 배제하는 현상도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해군 측에 이번 현장점검 결과를 추후 수립할 재발방지대책에 반영하도록 요청하고, 향후 재발방지 대책의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12일 경기도에 있는 해군 모 부대 소속 A 중사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중사는 지난 5월 27일 민간 식당에서 B상사와 식사 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임상사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후 70여일 동안 국방부와 해군은 A 중사가 "사건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아무런 후속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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