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조 국민지원금 지급, 소비진작 효과 있을까

입력 2021-09-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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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5차 재난지원금(상생 국민지원금)이 7일부터 지급되기 시작했다. 전 국민의 88%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 원씩 준다. 지원금의 전체 예산규모는 11조 원에 달한다. 소비를 진작해 최악의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일반 국민에게 돈을 직접 지급하는 건 작년 5월 1차 긴급지원금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14조3000억 원을 풀어 모든 가구에 100만 원(4인 가구)씩 주었다. 이번 지원규모는 그보다 작다. 지원금은 12월 말까지 소진해야 한다. 사용처도 대형 마트나 프랜차이즈 직영점을 빼고 실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점포로 제한된다. 이들에게 11조 원의 직접적인 소비가 이뤄지면서 단기적인 소비 활성화가 예상된다.

정부의 내수 진작에 대한 기대도 크다. 소비가 늘어날 건 분명하다. 문제는 이게 소비 증대의 마중물이 되어 경제 선순환을 가져오는 투입효과의 극대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이유는 소비의 자극이다. 투입된 돈에 더해 국민들이 추가로 소비에 지출토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비관적이다. 신규 소비의 창출보다는 소득대체가 우려된다. 25만 원의 지원금에 더해 돈을 더 쓰는 게 아니라, 원래 지출해야 할 곳에 메운다는 의미다. 작년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서 재난지원금의 소비 기여는 30%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합쳐 19조 원 이상의 돈이 풀렸고, 신용카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지원금이 11조∼15조 원이었지만 카드 매출액은 4조 원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피해가 심각한 대면서비스업과 음식점 등의 소비 증가 또한 미미했다.

지금 상황은 더 어렵다. 작년보다 코로나 확산세가 훨씬 심하고, 최고 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소비는 더 가라앉아 있다. 아직 살아날 기미가 없다. 게다가 추석을 앞두고 돈이 풀리면서 물가 오름세가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거리두기 강화가 당장 소비의 제약 요인인 데다, 물가 급등이 지원금 효과를 상쇄할 우려도 크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계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의 물가관리 목표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농축산물과 유가, 집세, 개인서비스 등 수요 측면보다 공급 부족에 따른 물가 상승이라는 점에서 민생의 고통이 크다.

쏟아붓는 재난지원금이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면 허투루 돈만 쓰고 나랏빚만 키우는 결과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6일 국회 답변에서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재정적자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음을 자인(自認)한 것이다. 국가재정 관리의 기본도 무시하면서 퍼주기에만 골몰해온 확장재정의 재앙은 결국 다음 정권의 짐으로 떠넘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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