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후위기 감수성’ 있는 대통령

입력 2021-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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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림 정치경제부 기자

“기후위기로 인권침해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시민사회로부터 한 통의 진정서를 받았다. 폭염과 한파로 더 열악해진 작업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건설·배달노동자들, 이상기후로 매년 농작물 피해를 보는 농축산 종사자 그리고 ‘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까지. 이들은 기후위기로 생명권과 건강권 등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이제는 대통령이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도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대선주자들의 공약만 봐도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기후위기’를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넣는 이른바 ‘환경 헌법’ 논의가 대표적이다. 경선 후보 중 처음으로 기후위기 공약을 발표한 추미애 전 장관은 ‘기후 정의’를 기본권으로 담는 개헌을 약속했다.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 역시 “헌법 제1조에 ‘주권자인 국민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모든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나라’를 선언한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기후위기 대응 문구를 헌법 제1조에 넣는 방안에 공감을 표했으며 ‘탄소세’를 도입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번 대선의 성격을 ‘한국 최초의 기후투표’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반가운 변화이지만 ‘녹색 공언’을 넘어 ‘촘촘한 공약’을 기다리는 유권자도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존권 문제는 경제ㆍ산업 시스템의 전환 과정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탄소세 적용은 저렴한 고탄소에너지를 사용하는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피해를 보는 산업의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직업훈련,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산업별 구분도, 직업훈련 기간과 내용도 명확하지 않다. 대선후보들은 이들이 체감하는 일상의 변화는 어떻고, 바라는 건 무엇인지도 집요하게 물어봐야 한다.

전환기일수록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안전망’의 필요성은 커진다. 경제복지와 생태복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목표와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탄소 중립 과정에서 특정 산업이나 지역사회에 일방적인 희생을 떠안기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감수성’ 있는 대통령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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