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선관위원장, 경준위 안에도 "열려있다"
윤석열·최재형 등 일부 후보 역선택 카드 만지작
지지율 오른 홍준표도 역선택 두고 비판 목소리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고 내홍이 생기는 모양새다. 애초 최고위원회가 경선준비위원회 안을 받아 역선택 방지 조항을 삽입하지 않는 경선룰을 채택했지만,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경선룰을 바꿀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 등이 해당 방식을 주장하는 상황이고 유승민·홍준표 예비후보는 이에 반발했다.
유 후보는 3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 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경고한다"며 "이미 확정된 경선룰은 토씨 한자도 손대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유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며 정 위원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내는 배경에는 선관위가 최근 출범하면서 경선룰을 바꿀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본래 경준위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실체가 없다며 경선룰에 포함하지 않았고 최고위는 이 안을 그대로 선관위에 올렸다. 선관위는 해당 안을 받고 틀은 유지하되 각 후보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한 상황이다.
문제는 최근 정 위원장이 선관위원장을 맡기 전 윤 후보를 만났다는 사실이다. 유 후보는 "제가 알기로는 윤 후보 캠프 측에서 다른 사람도 정 위원장을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정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니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이 이야기해놨다. 불공정했다"고 지적했다.
역선택 논란이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배경은 유 후보와 홍 후보의 상승세 때문이다. 두 후보 상승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표심이 개입됐다는 지적이 최 후보에게서 나왔고, 윤 후보 측에서도 역선택 카드를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비율이 높아서 민주당 지지자의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 후보는 "혹시 여당에서 보기에 부담스러운 후보들의 지지를 낮추려고 하는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며 역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당 선관위의 결정을 따를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캠프 내에선 역선택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주장에 홍 후보는 반발했다. 홍 후보 캠프는 전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공개한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범 보수권에서 윤 후보(25.9%)를 오차범위 내인 21.7%까지 추격하자 보도자료를 내고 "전체 부문 계층 지지율이 고르게 상승했다"며 "일부에서 지적하는 이른바 역선택 주장도 설득력이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경선 후보 등록을 마감한다. 후보 선출은 3단계로 이뤄지며 국민여론조사 100%를 통해 다음 달 15일 경선 후보를 8명으로 추려낸다. 이어 10월 8일 국민여론조사 70%와 선거인단 투표 30%를 합산해 2차 예비경선을 진행하고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다. 최종 후보는 11월 5일 국민여론조사 50%와 선거인단 투표 50% 방식으로 선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