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매각 결국 법정 다툼…더 비싸게 팔려는 남양 VS 매각 촉구하는 한앤코

입력 2021-08-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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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불가리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싼 양측 공방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한앤코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주식매매계약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최근 법원에 제기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홍 전 회장이 LKB앤파트너스를 변호사로 선임하는 등 소송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에 따른 맞불 대응으로 풀이된다. 매도인 측의 이유 없는 이행 지연, 무리한 요구, 계약 해제 가능성 시사 등으로 인해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다는 게 한앤코 측 설명이다.

◇한앤코, '노 쇼' 이어 '묵묵부답' 홍 회장에 매각 촉구

한앤코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생명과도 같은 계약과 약속을 경시하는 선례가 생길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면서 “운용사로서의 마땅한 책무와 시장질서를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도인 측이 공언한 약속 및 계약이 이행되어 당사뿐 아니라 남양유업의 임직원, 소액주주, 대리점, 낙농가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최소화되고, 남양유업이 당면한 심각한 위기 상황이 조속히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은 4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홍 전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5월 회장직에서 사퇴한 뒤 5월 27일 홍 전 회장의 지분 51.68%를 비롯해 부인과 동생 등 오너 일가 3명의 보통주 총 37만8938주를 3107억 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예정이었던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9월 14일로 연기한다고 돌연 공시하면서 양측 공방이 불거졌다. 예정대로라면 남양유업은 임시 주총을 열어 정관 변경 및 신규 이사 선임 건을 상정하고, 주식매매대금 지급 절차를 끝냈어야 했다.

남양유업은 임시 주총을 연기한 사유로 "쌍방 당사자 간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앤코 측은 "거래종결 예정일이 7월 30일이고 거래종결일은 아무리 늦어도 2021년 8월 31일을 넘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이 주주총회장에서 굳이 그 이후로 임시주주총회를 연기한 취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홍 전 회장은 회사 매각 결렬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홍 전 회장은 언론에 입장문을 내면서 "7월 30일 전부터 이미 한앤컴퍼니 측에 '거래 종결일은 7월 30일이 아니며, 거래 종결을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해 종결할 수 없다'라는 내용을 전달했다"며 "매각 결렬, 갈등, 노쇼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앤코 측은 "홍 전 회장측이 예정된 주주총회 일정 이후 2주 이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다 대주주 일가와 관련된 사항들을 새로운 선결조건으로 내세워 협상을 제안했다"면서 "계약대금 지급시한일인 3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제 시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헐값 논란'이 소송 배경…한앤코 "시가 대비 87% 프리미엄"

양측 공방의 배경은 '남양유업 헐값 매각 논란'이 지목된다. 남양유업의 자산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9894억 원이고 연간 매출이 1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까지 감안해 한앤컴퍼니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매수자가 나타나는 등 홍 전 회장의 변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그럴 경우 한앤코와 계약 파기 후 거래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내더라도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른 매수자가 있으면 홍 전 회장으로서는 '남는 장사'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앤코는 그러나 이날 입장문에서 "당사자 간 수차례 가격협상을 거쳐 본사 건물과 공장 등 영업용 부동산 및 현금가치를 반영한 매도인 측의 최종 인상안을 당사가 수용해 3107억 원의 인수가격(100% 지분 기준 약 5904억 원 시가대비 87% 프리미엄)에 주식매매계약을 5월 27일 체결했다"고 밝히며 '헐값 매각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앤코는 "남양유업에 대한 당사의 인수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라고 강조하고 "앞으로도 언제든 매도인 측에서 계약 이행을 다시 결심하기만 한다면 그 즉시 거래종결이 이루어지고 위 소송도 실질적으로 자동 종료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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