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제 호황, 번화가 빈 간판이 눈에 걸린다

입력 2021-08-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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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자본시장부 기자

얼마 전 자주 가던 소고기 덮밥집이 문을 닫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나쁘기로 유명한 여의도에서 드물게 싸고 맛있어 마음속으로 아끼던 곳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커피를 한 잔 하려고 근처 카페를 찾았는데 그 가게 역시 간판이 없어졌다.

어쩐지 밥 먹을 기분이 들지 않아 일이나 하려고 노트북을 폈다. 한국거래소에서 상반기 상장사들의 실적 자료를 내놨다. 자료를 읽고 잡은 제목은 ‘코스피 상장사, 상반기 순익 2배 넘게 급증’이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은 늘고 있는데 경제는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법인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국내 기업들은 ‘사상 최고 실적’ 잔치를 벌였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수준으로 급증했고 순이익은 3.5배 수준이 됐다. 거래소가 통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매출액 역시 상반기 기준 사상 최초로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숫자만 보면 우리나라 경제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 멈췄던 성장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게 이런 호황은 ‘남의 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지속한 탓이다.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 수가 접종률 55%를 넘었지만 신규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구조 자체가 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발생한 팬데믹이 비대면 문화를 빠르게 확산시켰고, 이는 자연스러운 산업구조 변화로 이어질 것이란 견해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이제 저녁 자리가 길어져 막차를 놓치고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렸던 기억이 막연한 옛날로 느껴진다. 자영업자의 몰락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정부 입장에서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이 망해가는 대신 ‘돈 많이 버는’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번화가 곳곳에 간판이 사라진 가게들이 눈에 밟힌다. 그 가게는 누군가의 꿈이고 그곳에서 일하던 이들은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다. 정부가 이들에게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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