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DLF 소송서 승소…금감원, 감독 방향 변할까

입력 2021-08-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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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지배구조법 불명확성" 지적…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 필요

(사진=연합뉴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 방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판결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불명확성과 내부통제규범 마련 의무 부과 규정을 이용한 금감원의 사후 제재에 대해 재판부가 문제를 제기한 만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개정을 포함해 감독 체계의 전반적인 변화가 있을 지 이목이 쏠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27일 손태승 회장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 2019년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으며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했다고 판단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감원의 징계 근거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었다. 지배구조법 24조에는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지배구조법 시행령 19조에 ‘내부통제 기준을 실효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최고경영자(CEO)를 징계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소송에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의 위반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금융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 위반’은 인정되나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등에 대한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우리은행과 손 회장에 대해 제재 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DLF 불완전판매 등을 인정하더라도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결로 금감원의 감독 방향과 근거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번 소송을 매듭지으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관련 고시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며 구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법령과 고시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개정해 예측 가능성과 실효적 규제 가능성을 동시에 높여줄 것을 제안한다”며 “금융기관이 이에 따라 충실한 내부통제규범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금감원은 앞으로 내부통제규범 마련 의무 부과 규정을 제재의 근거로 삼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금융감독 당국이 결과에서 유추해 그에 꿰맞추어 조사결과 나온 문제점에 관한 책임을 사후적으로 묻기 위한 방편으로 이 사건 내부통제규범 마련의무 부과 규정을 이용하는 것은 법치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히며 금감원의 제재 근거의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충실한 내부통제규범 마련을 위한 지배구조법 개정 등의 조치가 이어지며 금감원의 감독 방향도 이에 맞춰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 역시 DLF 상품 판매 과정에서 설명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한 미시적 차원이 아닌 애초에 상품 선정, 판매 결정 과정에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재판부의 지적을 받은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판단기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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