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미라클’, 기적 같은 아프간 조력자 구출 성공…내막 살펴보니

입력 2021-08-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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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우리 공군의 KC-330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작전명 ‘미라클(Miracle, 기적).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한국에 협력한 아프간인 391명을 한국으로 이송하는 과정은 수많은 돌발 상황을 극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전은 총 세 단계로 이뤄졌다. 아프간인들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수송기를 보내고 주변 국가에 협조를 구하는 1단계, 수송기를 적시에 카불 공항에 투입해 아프간인들을 태우는 것이 2단계, 안전하게 이송을 마치는 3단계다.

각 과정에서 어떤 기적 같은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단계별로 살펴봤다.

0단계. 비밀리에 철저하게 사전 준비한 정부

▲카불 공항 인근의 탈레반 (연합뉴스)

미라클 작전은 시작 전부터 철저한 준비 단계를 거쳤다.

국방부는 8월 초부터 이송 작전을 준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점령에 나선 뒤부터 대사관, 교민뿐 아니라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까지 이송하기 위해 준비했다.

외교부는 작전 약 2주 전에 외교부 기자단에게 작전을 밝히며, 이것이 새 나갈 경우 구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금지)를 요청했다.

언론은 엠바고를 잘 지켜냈고, 결국 아프간인 이송 작전이 시행되고 나서야 미라클 작전이 이미 시작됐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1단계. 주변국과 협력해 이송 준비... 특수부대 투입되기도

▲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및 가족들이 탑승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는 이번 작전을 위해 항공기 3대를 투입했다. 투입된 항공기는 군 수송기 C-130J 2대와 공중급유기 KC-330 1대다. 이송 과정에는 공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공정통제사(CCT)가 항공 호송 요원으로 참여해 경호와 항공기 탑승 안내 임무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

3대의 수송기는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아프가니스탄의 인접국인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방어 능력이 없는 수송기인 KC-330은 이곳에서 대기하고, 미사일을 교란할 수 있는 플레어(조명탄)를 갖추고 전술비행이 가능한 C-130J가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오가며 아프간인들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맡았다. 실제로 C-130J는 카불 공항에 투입되며 급강하·급상승, 좌우 90도 선회 비행 등 지대공 미사일에 대비한 전술 기동을 시행했다.

특히 파키스탄의 협조를 구하는 등 이송 과정에서 주파키스탄 무관 허진녕 대령은 모친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도 이송 작전에 계속 헌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 집결지 변경한 ‘신의 한 수’, 빛난 한미동맹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24일(현지시간) 국내 이송을 위해 카불 공항에 도착한 한국 공군 수송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라클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아프간인들이 카불 공항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일이었다. 카불 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자 탈레반은 이를 막기 위해 공항 근처 곳곳에 검문소를 세우는 등 공항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수만 명이 몰려 압사 사고가 일어나는 등 카불 공항으로 가는 길 자체가 ‘절망의 길’로 불릴 정도였다.

결국 이송 작전 첫째 날 자력으로 카불 공항에 도착한 아프간인은 26명에 그쳤다.

이처럼 아프간인들이 공항으로 오기 어려워지자 우리나라는 집결지를 공항 인근의 특정 지역으로 변경했다. 이 결정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이 과정에서는 미국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됐다. 미군은 우리의 요청으로 탈레반 측과 협상해 버스를 이용하는 아프간인들을 공항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해외 국가의 경우 아프간인들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하며 이송 작전에 실패하기도 했다. 일본은 25일 자위대의 C-2 수송기를 카불 공항으로 보냈으나 공항에 도착한 아프간인이 단 한 명도 없어 아무도 이송시키지 못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도 1명도 태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첫 이송에는 아프간인이 7명밖에 탑승하지 못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집결지 변경이 최적의 상황 판단이 됐고, 성공적으로 아프간인들을 카불 공항으로 데려오며 이송 작전의 가장 중요한 단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3단계. ‘특별공로자’ 지위로 한국 도착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우리 공군 수송기에 탑승해 인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4시 25분경, 아프간인 378명이 탑승한 KC-330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2차 이송 대상이 된 26명은 27일 중 인천국제공항으로 도착할 예정이다. 아프간인들은 입국 후 곧바로 1차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이들의 지위는 난민이 아닌 한국 정부와 협력한 ‘특별공로자’ 신분이다. 우선 최장 90일 체류할 수 있는 단기 방문 비자(C-3)를 발급 받은 이들은 추후 최장 5년 체류가 가능한 거주 비자(F-2)를 발급받을 예정이다. 이후 심사를 거쳐 영주권(F-5)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도착한 아프간인들은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6주간 수용된다. 코로나19 초기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들을 수용한 진천에서 또 한 번 포용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4단계. 미라클 작전 그 이후...

▲공군 최정예 특수부대 요원인 공정통제사가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 현지 조력자 자녀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라클 작전 성공 후 12시간 만에 탈레반은 아프간인의 탈출 금지를 선언했다. 아프간인이 한국에 도착한 26일에는 이탈리아 군용 수송기가 이륙 직후 탈레반의 총격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카불 공항에서는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불과 몇 시간만 더 늦었더라도 미라클 작전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는 이번 미라클 작전을 통해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성장했음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러나 미라클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을 도운 공로로 우리나라로 입국한 아프간인들을 우리 사회가 잘 품어줄 수 있어야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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