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강행 민주당,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나

입력 2021-08-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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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시절 '언론의 자유' 외쳤지만 개정안 마련 과정서 수시로 바뀌어

표현의 자유 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정권 기자실 통폐합 반대성명 나섰던 이낙연 대선후보
명예훼손은 건재하고 징벌손배 더 얹게 돼…둘 다 美 위헌 판단
1인 미디어 대상이라더니 본회의 앞둔 징벌손배 대상에선 빠져

▲허성권 KBS 노조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 앞에서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골자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이 그간 언론의 자유를 외쳐왔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중과실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언론사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토록 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허위·조작보도는 물론 고의·중과실이라는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언론엔 ‘미지의 위협’이라 보도 위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야권과 언론계가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다.

이런 개정안을 야당 시절 ‘언론의 자유’를 외쳐왔던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내세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부터 법제사법위까지 단독처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익제보자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점, 같은 진보진영의 정의당이 국민의힘과 함께 언론중재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예 입을 씻은 건 아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모두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이중처벌 논란이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문체위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와 언론중재법 개정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다.

문제는 말뿐이라는 것이다. 형법 개정안은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오르지도 못한 상태다. 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해당 형법 개정안은 법안심사1소위에서 한 번도 심의된 바 없고, 형법을 개정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라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법리’(chilling effect doctrine)를 논거로 위헌이라 판단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오히려 위축효과로 위헌 여지가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더하는 꼴인 것이다.

민주당 ‘미래 권력’도 앞뒤가 다르긴 마찬가지다.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는 노무현 정권이 당시 각 정부 부처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취재지원시스템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맞선 성명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25일 이 전 대표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그 역사적 의미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의 입장은 수시로 바뀌었다. 처음 가짜뉴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진할 때만 해도 대상은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라고 했다. 제도권 언론은 민법과 형법, 언론중재법으로 충분히 규제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다 ‘언론개혁’을 기치로 들며 언론과 포털로 무게가 옮겨가더니 결국 현재 본회의를 앞둔 개정안에 1인 미디어는 대상에서 빠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개정안을 더 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의원워크숍을 통해 최종적으로 중지를 모아야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예외 보도 분야에서 성범죄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을 빼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간 숱한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을 앗아간 성범죄와 부정청탁·금품수수 의혹 보도를 막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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