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아프간 ‘난민 수용’ 두고 갑론을박…도 넘은 ‘혐오’ 확산

입력 2021-08-24 15:08수정 202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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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선진국, 난민 받아야” vs “받아선 안 돼” 팽팽
일각에선 도 넘은 난민·무슬림 혐오 언어폭력 쏟아져

▲참여연대 등 106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 마련과 평화 정착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문제가 국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난민 수용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미국 국방부가 아프간 난민 임시 주거지로 한국 내 미군 기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오면서다. 정부와 주한미군은 논의 중인 사항이 없다고 밝혔지만, 정치권과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우리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도 거세다. 온라인상에는 난민 수용에 대한 우려를 넘어, 아프간 난민과 무슬림을 향한 혐오와 도를 넘은 욕설도 넘치고 있다. 아프간 난민 문제가 국제 이슈를 넘어 한국 사회의 갈등을 부르는 새로운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시민단체·재한 아프간인 “선진국 책임…한국도 아프간 난민 받아들여야”

▲16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국외 탈출을 위해 주민들이 담을 넘어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이후, 국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 지위에 오른 만큼 국제 사회에 책임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106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0일부터 우리 정부가 아프간 난민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아프간의 현 상황은 한국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정부는 현지 정세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기 전까지 아프간인들에 대한 특별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에서 19일(현지시각)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 주민이 공항 담 위에서 경비를 서는 미군에게 아기를 건네고 있다. 외신은 수천 명의 아프간인이 탈출 기회를 엿보며 공항 주변에서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 캡처)

재한 아프간 한국 협력자 가족도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협력자 가족 30여 명은 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프간 주재 한국 기업과 교회 등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아프간에 사는 가족들이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아프간에서 한국 정부가 맡았던 병원, 학교 건설에 협력한 현지인들은 4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국내 난민 지원 시민단체 등도 아프간 내 한국 기관 협력자들에 대해 비자 발급을 해줘야 한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우리가 난민 수용할 여력 있나”…반대 여론도

▲난민대책 국민행동이 2018년 10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예멘인 362명에 대한 인도적 체류 허가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사회가 난민을 수용할 여력이 있냐는 주장이다. 또 한국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멀리 떨어져 있는 아프간 난민을 책임져야 하냐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22일 올라온 ‘난민 받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하루 만에 6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다.

한국은 본래 난민 수용에 배타적인 국가다. 2018년 제주에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입국할 당시, 국내에서 반대 여론이 들불처럼 일기도 했다. 단일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 아래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성이 낮은 탓이다.

제도적으로도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난민 인정률은 0.5%(5370건 중 28건)에 불과하다. 난민에게 배타적인 사회상은 설문조사 결과로도 나타난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와 함께 성인남녀 1016명을 조사한 결과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53%로 찬성(33%)보다 높게 나타났다.

우려를 넘어선 도 넘은 ‘언어 폭력·혐오’ 난무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난민 수용을 주장한 이후 자신이 받은 욕설 메시지를 공개했다. (출처=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 페이스북 캡처)

난민에 대한 반감은 수준 이하의 욕설과 혐오 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프간 난민, 염전 보내라”, “무슬림 냄새난다” 등과 같은 혐오 발언부터 “난민이 늘면 범죄가 증가한다”와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난민 증가와 범죄율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2017년 난민 사태 이후 33만 명의 난민을 수용한 독일에서는 같은 해 범죄 발생 건수가 9.6% 떨어졌다. 특히, 독일 내 외국인의 범죄 건수는 95만 건에서 70만 건으로 23%가량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2019년 외국인의 범죄율은 인구 대비 2%로 소수에 불과하다.

난민 수용을 주장한 일부 정치인에게도 욕설과 인격 모독이 쏟아지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한국도 난민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이후, 보좌진들이 언어폭력과 인격 모독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차별금지법부터 난민수용논의까지 의원실에 항의 전화하는 분들이 보좌진들에게 퍼붓는 언어폭력과 인격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분노했다. 난민 수용을 주장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역시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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