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이 시대의 화두 ‘공정’과 ‘성장’: 두 마리 토끼 잡기의 경제학적 해법

입력 2021-08-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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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E컨설팅 고문, 동국대 명예교수

최근 ‘공정’과 ‘성장’이 여야를 막론한 대선주자들 공통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일견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과실의 공정한 분배가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공정한 분배와 성장은 동시에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uptopia)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公約)인지 아니면 공약(空約)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공정이 성장을 유인할 수 있는 경로로는 다음의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절차적 혹은 과실 분배에 있어서의 불공정성은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국민들의 분노를 유발하여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을 가져온다. 이는 또한 불공정 인식으로 인한 국민들 간의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소송 등 재분배적인 행동(redistributive activity)을 이끌어내고 상호 신뢰를 파괴함으로써 가외의 거래비용을 발생하게 한다는 점에서 낭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 갈등비용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추정 결과를 고려해 보면 그 비용은 상당히 클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결국 불공정은 잠재성장력이라는 공급(수입)이 일정한 경우 추가 비용을 발생하게 함으로써 순수입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국민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서울대 박세직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모방과 창조)에서 우리 경제가 1990년대 이후 ‘5년 1% 하락’의 장기성장률 하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인한 비효율과 갈등 해결을 위한 추가 거래비용의 발생은 가뜩이나 하락 추세에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두 번째 경로는 줄어들고 있는 ‘좋은 일자리(decent job)’ 상황과 맞물려 최근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좌절감을 느낀 청년세대들의 투기 몰림 현상으로 인한 변동성 위험의 증가다. 이는 “○○도 하는데 나라고 못해?”라고 하는 일명 편승(bandwagon)효과와의 상승작용으로 변동성을 더욱 크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세대 간 자산 및 ‘좋은 일자리’ 배분의 격차와 불공정 인식에서 오는 암호화폐 투자, ‘영끌’ 부동산 투기와 경쟁에서 낙오한 ‘인셀’(involuntary celibate)들의 증오행동 등 요즘 우리들이 목격하고 있는 현상들이다. 투기에 의한 변동성 위험의 증가는 생산적인 투자마저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위의 두가지 경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공정한 배분과 절차의 존중은 국민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개인 간 협력의 동기로서 신뢰(trust)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공정하고 높은 성장률을 실현할 수 있는 나라”, 이에 따라 비합리적인 행동에 의한 자원 낭비가 없고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나라, 이런 나라가 우리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좋은 나라일 것이다. 자포자기하는 젊은이들이 없고, 한번 실패해도 재기할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 기술을 가진 인재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여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 이런 나라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대선주자들이 선거에서의 승리뿐만 아니라 이러한 ‘이상국가’의 건설에 진정성을 가지고 도전하고 있다면, 이런 질문에 답이 되는 공약으로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최근의 성장이론은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통한 ‘기술 진보’가 성장의 주요 요인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를 길러내어 이들이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함께, 정당한 노력이 보상받고 세대 간 자산 격차와 기회 불균등으로부터 오는 좌절감을 없애는 정책이 공약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자산을 가진 계층에 대해서는 양(陽)의 유인체계를 통한 성장 과실의 배분을 통하여 과중한 세 부담을 상쇄해 줌으로써 계층 간 갈등을 해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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