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수조서 12년…마린파크 마지막 돌고래 '화순이' 세상 떠나

입력 2021-08-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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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야 벗어난 좁은 수조
폐사 전까지 하루 '6번' 체험에 동원
극도의 스트레스로 이상행동 보여

▲극도의 스트레스로 이상 증세를 보이다 이달 세상을 떠난 돌고래 화순이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제주에 있는 돌고래 체험센터 '마린파크'의 마지막 돌고래 화순이가 최근 폐사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제주 마린파크의 돌고래 화순이가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마린파크에서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 동안 화순이를 포함해 돌고래 4마리가 폐사했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18일 제주도청 담당 공무원이 마린파크 현장을 방문해 화순이의 죽음을 확인했다. 화순이는 지난 13일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18일 부검이 진행됐다.

아직 폐사 신고서가 접수되지 않아 정확한 사망 일자와 사망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돌고래는 멸종위기종이므로 야생생물법에 따라 폐사 사실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핫핑크돌핀스를 비롯한 환경 단체는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스트레스와 포획 이후 트라우마가 화순이의 죽음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한다.

화순이는 지난 2009년 잔인한 포획 방법으로 악명 높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에서 사람들에게 잡혀 한국으로 수입됐다. 죽기 직전까지 돌고래 체험장에서 공연했으며 관광객들이 손으로 만져보거나 함께 수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투입됐다. 조련사 체험 4회, 스위밍 체험 2회 등 총 여섯 번 체험에 동원됐다.

죽기 직전 화순이는 심한 스트레스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수면 위에 멍하게 둥둥 떠 있거나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화순이를 포함해 마린 파크에서는 지난 1년 동안 4마리의 돌고래가 세상을 떠났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인덕이가 사망한 사건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에는 달콩이가, 올해 3월에는 낙원이가 생을 마감했다. 화순이보다 먼저 죽은 돌고래 3마리는 폐렴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었다.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 '감금시설' 마린파크의 마지막 돌고래 화순이가 최근까지도 지속해서 돌고래 체험에 이용되다 얼마 전 좁은 콘크리트 수조에서 싸늘히 식어버렸다"면서 화순이의 죽음이 "예고된 죽음"이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화순이의 죽음에 일차적 책임은 마린파크에 있으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시민사회의 구조요청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돌고래를 죽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정부는 더는 위기에 처한 해양동물들을 외면하지 마라"며 더 늦기전에 국내 수족관에 남아있는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기준 국내 수족관 6곳에 남아있는 돌고래는 모두 23마리에 이른다.

한편 화순이의 폐사 이후 제주 마린파크는 현재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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