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간호사 "몸무게, 혈액형 변화 이상했다"

입력 2021-08-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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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몸무게, 식별띠, 혈액형 이상했다"
"신생아실 누구나 드나들어…바꿔치기 가능"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 씨가 22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 재판부가 석 모 씨에게 '아이 바꿔치기' 유죄 판결을 내린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산부인과의 간호사가 사건 당시 수상함을 느낀 정황이 공개됐다.

2018년 4월 1일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석 씨의 딸 김 모 씨가 낳은 여자아이의 몸무게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아이의 몸무게는 3.235kg, 전날보다 몸무게가 무려 0.225kg이나 줄어 있었다.

김 씨의 아이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이틀 전 3.485㎏으로 태어났다. 출생 다음 날 측정한 몸무게는 3.460㎏이었다. 신생아의 몸무게는 보통 하루에 0.06㎏ 정도가 늘거나 준다. 그런데 하루 사이 몸무게가 0.2㎏ 넘게 줄어든 건 말이 안되는 변화량이었다. 간호사는 그때 ‘다른 아기 몸무게를 쟀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식별띠 역시 이상했다. 간호사가 아이 기저귀를 갈려고 속싸개를 벗겨보니 오른발목에 있던 식별띠가 떨어져 있었다. 다시 채워보려 해도 식별띠가 헐거워져 채울 수가 없었다. 보통 손목 식별띠가 빠지는 경우는 있어도 발목 식별띠는 누가 인위적으로 빼지 않는 이상 빠지지 않는다.

혈액형 검사 역시 의문스러웠다. 그다음 날인 4월 2일 진행된 아이 혈액형 검사에서 A형이 나왔다. 김 씨는 유전 법칙상 BB타입(type) B형으로 AA 또는 AO타입인 A형인 아이를 낳을 수 없다. 물론 6개월 미만 신생아 혈액형 검사는 완벽하지 않다. 아직 항체를 생성하지 못한 까닭에 불일치가 흔히 발생한다. 이런 가능성을 감안해도 간호사는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또 간호사 진술에 따르면 김 씨와 함께 입원한 산모들은 누구나 횟수에 상관없이 신생아를 데려올 수 있고 야간에도 병원 밖에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간호사는 "병원 구조상 신생아실 등에 누구나 드나들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진술했다.

석 씨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NIS) 유전자 검사 결과는 물론, 그가 2018년 초 한 달간 회사를 그만뒀다가 재입사한 정황, 임신 기간으로 추정되는 기간 동안 여성용품을 구매하지 않은 점 등 90여 개의 증거가 석 씨가 친모라고 가리켰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석 씨가 아이의 친모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석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며 "유전자 검사 결과, 혈액형, 기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김씨가 양육한 여아는 피고인이 출산한 여아라는 사실, 친모라고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이를 바꿔치기한 시점을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다음 날인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로 특정했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에 대해 "피고인은 2019년 1월 말까지 남편과 10년 넘게 성관계를 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해 불륜 사실이 드러날 것이 두렵고 출산을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양육할 수 없음을 염려해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딸이 출산한 아이보다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더 가까이 두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바꿔치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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