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분양가에 청약자 '중도금 대출 막힐까' 조마조마

입력 2021-08-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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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아파트 8.8% 오를 때, 소형은 47.3% 올라
9억 이상 아파트 대출규제 현금부자만 유리해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분양한 '브이티스타일'은 2개 동, 75가구짜리 소형 아파트다. 전용면적 55㎡형을 7억230만 원에 분양했다. 공급면적 3.3㎡당 3116만 원꼴이다. 4년 전이었다면 같은 돈으로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넓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2017년 장안동에서 분양한 '동대문 더 퍼스트 데시앙'(469가구)은 전용 119㎡형을 6억4740만 원에 분양했다. 분양가 상승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그만큼 더 악화됐다는 뜻이다.

소형 아파트 분양가, 중형 아파트보다 많이 올라

분양가를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 정책이 실패하면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맞물리면서 청약마저 '현금 부자'를 위한 판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에서 전용면적 84㎡(공급면적 112㎡)짜리 민간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10억3163만 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도시 근로자 연평균 소득(4인 가구 약 8508만 원)보다 12배 넘게 높다. 12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아파트를 분양받을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분양가는 서민 수요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일수록 더 가파르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전용 85~102㎡짜리 아파트 분양가는 8.8% 올랐는데 전용 60㎡ 이하·60㎡~85㎡ 아파트 분양가는 각각 43.8%. 47.3% 상승했다. 3.3㎡당 분양가를 따지면 전용 60㎡ 이하 아파트(3129만 원)가 전용 85~102㎡ 아파트(2302만 원)보다 더 비싸다.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분양하는 일부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이나 알파룸 설치 등 옵션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는 구조 강화, 주택 고급화, 성능 개선 등에 쓰는 건축비 가산비로 3.3㎡당 834만 원을 책정했다. 이 아파트가 사상 최고가(3.3㎡당 5653만 원)에 분양한 주요 배경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상승기엔 분양가 규제가 힘을 쓸 수 없다. 분양가를 규제하는 기준인 주변 집값이나 땅값이 다 오르는데 어떻게 분양가가 잡히겠느냐"며 "집값이 계속 오르니 수요자들도 비싼 값에라도 집을 분양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공공 재개발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 못 받을 판

분양가 상승이 대출 규제와 얽히면서 서민들은 높아진 분양가를 감당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선 중도금 대출 한도를 각각 분양가의 50%, 40%로 제한하고 있다.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통상 중도금이 분양가의 60%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9억 원 이상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5억4000만 원(9억 원x60%)을 현금으로 쥐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엔 공공 분양아파트마저 대출 규제 선에 걸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 재개발(공기업이 재개발 사업에 참여해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대신 규제 완화 혜택을 주는 제도) 사업장인 서울 성북구 성북1구역·동대문구 전농9구역 아파트 분양가가 전용 84㎡형 기준 10억5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참여하는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예상 분양가는 전용 84㎡형이 14억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오른 집값이 분양가를 올리고 높아진 분양가가 집값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분양가 통제를 완화하되 개발이익을 공공주택 건설 재원으로 환수해 서민 주거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만 소장은 "분양가 통제, 대출 규제론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며 "아파트값이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책,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도록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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