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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크래커] 탈레반 집권 2기…아프간 '여성인권' 어디로

입력 2021-08-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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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 단계적 철수 시작 3개월만인 이달 6일부터 아프가니스탄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하며, 불과 10일만인 15일 수도를 점령했다.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는 탈레반 측에 정권 이양 의사를 밝힌 뒤 국외로 도주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과 대통령 궁을 점거한 뒤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며 탈레반 집권 2기의 서막을 알렸다.

탈레반은 앞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해온 전적이 있다. 아프간 국내외에서는 탈레반의 이슬람 원리주의 사상과 과거 통치 방식을 떠올리며 아프간 여성 인권의 퇴행을 우려하고 있다.

거리에 여성 사라지고 부르카 가격 급등… 여성 불안감 보여주는 징후들

▲"여자니까 옆으로 물러서라"는 위협을 받은 클라리사 워드 CNN 아프가니스탄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 트위터)

탈레반에 대한 여성의 불안감은 외신 보도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16일(현지시각) 클라리사 워드 CNN 아프간 특파원은 탈레반의 수도 점령 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카불 거리에 나섰다가 “여성이니까 옆으로 비켜서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워드는 자신의 존재가 긴장감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워드는 또한, “카불 거리에서 여성들이 사라졌다”고 묘사했다. 이에 더해 “많은 여성이 탈레반 정권 장악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특히 여성 기자들이 자신들의 보도에 대한 보복 가능성 때문에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탈레반의 1기 집권 당시 여성들에게 강제했던 부르카의 현재 판매가가 지난해 200아프가니(한화 약 2900원)보다 10배 넘게 오른 2000~3000아프가니(약 2만9000원 ~ 4만360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집권한 뒤 부르카 착용이 강제될 것이라는 우려가 극한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진 실정이다.

히잡만 쓰라 한다지만... “못 믿는다” 1기 때 어땠기에?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인터뷰를 진행중인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 (연합뉴스)

정작 탈레반은 집권 이후에도 여성 인권이 보장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카불을 손에 넣은 당일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히잡만 쓴다면 여성도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며, 혼자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탈레반 측은 지난달 24일에도 “여성들은 일하고, 학교에 가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허용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아프간 여성들은 이를 불신한다. 지난 탈레반 통치기를 비춰볼 때, 거짓 공약일 가능성이 크다는 반응이다. 90년대 말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집권 초기 온건주의를 지향했으나 오래가지 못해 본색을 드러내고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적용해 아프간 사회를 통제했다.

당시 탈레반 정부는 TV와 라디오는 24시간 쿠란만 방송하도록 강제했고, 여성의 사회활동과 교육, 단독 외출까지 금지했다. 여성의 간통에 대해 돌로 쳐 죽이는 야만적 사형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집권 말기인 2001년에는 우상화 배격을 이유로 약 1600년 된 대형 불상인 ‘바미안 석불’을 폭파하기도 했다. 이에 반발하는 인사는 공개 처형하며 철저한 공포 정치를 펼쳤다.

공포정치·난민·마약...여성 인권 넘어 국가 전체가 불안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국외 탈출을 위해 주민들이 담을 넘어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다. 아프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권 재장악을 선언하자 카불 국제공항에는 외국으로 탈출하려는 군중이 몰려들었으며 결국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공항은 마비됐다. (연합뉴스)

여성만 문제가 아니다. 아프간 국민들은 성별을 막론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 여성 인권 탄압과 더불어 피란민과 난민 문제, 그리고 국민 대다수의 생계 문제도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브라운대 윗슨 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이미 지난 10년간 아프간 전쟁을 거치며 질병, 굶주림과 같은 인프라 부족으로 사망한 아프간 인구는 약 20만 명에 이른다. 500만 명의 난민과 200만 명의 국내 이주자가 발생했다. 당장 미군의 철수로 전쟁이 종결되고, 탈레반이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양받는다고 해도 경제·사회 문제와 직면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약 확산이 주요 문제로 떠오른다. 유엔마약범죄국(UNODC)에 따르면 아프간은 양귀비에서 나오는 마약인 헤로인 세계 공급의 최대 9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통치기 당시 양귀비 재배를 금지했지만, 미군 침공으로 물러난 후 가난한 농가에서 재배를 늘려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국이 혼란한 와중에 빈곤층이 늘어나게 되면 양귀비 재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 상황을 우려한 유엔은 최근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열고 탈레반 폭력 종식과 아프간 국민 보호를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탈레반이 생명을 보호하고 인도주의적 요구가 충족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특히 아프간 여성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다”며 “어렵게 얻은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가 보호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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