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은의 원칙, 불변이어야 하는가

입력 2021-08-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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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임금 대폭 인상에 산은 무언의 반대…인재들은 떠나고 있어

“항상 노사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하지 않습니까.”

최근 HMM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HMM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만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산은은 HMM 최대주주이자, 주 채권자이다.

HMM 노사 간 갈등이 심해진 이유는 임금 인상률 견해차가 커서다. HMM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25% 인상을 제안했다. 오랫동안 임금이 동결된 만큼 인상은 크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산은 눈치를 보는 사측은 5.5% 인상을 요구했다.

노조 요구안이 조정될 필요는 있다. 모든 직원의 임금이 한꺼번에 20% 이상 인상되면 회사 재정에 타격을 미친다.

하지만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공감대를 얻고 있다.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다른 해운사와의 임금 격차가 상당해서다.

HMM 평균연봉은 다른 해운사들보다 최대 2000만 원 낮다. 적은 임금 때문에 최근 1년 반 동안 약 100명의 직원이 퇴사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글로벌 선사 스위스 MSC는 지난달 연봉이 적은 HMM 직원을 겨냥한 채용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HMM 노조 관계자는 “MSC 채용 공고로 직원들이 동요했었다”라고 했다.

HMM 직원들이 짐을 싸고 있지만, 산은은 현재까지 뜻을 바꾸지 않고 있다. 원칙 때문이다. 수조 원대의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급 잔치는 무리라는 것이다.

산은, 사측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HMM 노조가 임금 인상을 위해 파업을 강행하면 수출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들의 불만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HMM 선복량(적재 능력)은 타 해운사들보다 5배 이상이다.

산은이 그동안 HMM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명분은 ‘해운 강국 부활’이다. 원칙을 지나치게 고수하면 부활을 이끌 인재들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산은이 원칙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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