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K백신 첫 임상 3상 진입…백신 자급화 첫 걸음

입력 2021-08-10 15:26수정 2021-08-10 17:06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일부 전문가들 "임상 2상 안 끝났는데 3상 진입 섣부르다"는 우려도 나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GBP510’이 임상 3상에 진입했다. 국내 개발 백신 가운데 처음으로 임상 3상에 들어간 만큼 국내 백신 자급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식약처는 전날 코로나19 백신 외부 임상전문가들과 자문회의를 열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임상 3상 진입을 위한 근거자료의 적절성과 임상시험계획(IND)의 타당성에 대해 자문받은 결과, 3상 비교임상 진입이 가능하다고 결론내렸고 10일 3상 IND를 승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1분기 임상 3상 중간 분석 결과를 도출하고 2022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최종 임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의 기술로 개발하는 백신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 백신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 측은 “글로벌 백신 선도 기업이 없는 국가임에도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 3상을 승인했고, 비교임상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향후 국제 표준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GBP510’에 대한 임상 2상은 아직 진행 중으로, 식약처는 임상 2상 최종 결과를 공유받지 않은 상황에서 임상 3상을 승인했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임상 2상 결과는 최종적으로 식약처에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80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한 결과 백신을 접종한 모든 사람에게 항체가가 형성됐고,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중화항체 형성을 비교했을 때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 5배 많은 중화항체가가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워낙 제한된 숫자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면역원성을 평가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1상에서 이런 데이터를 보인 것”이라면서 “3상을 통해 면역원성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GBP510’에 대한 임상 3상은 이미 허가된 백신과 성능을 비교해 신규 백신이 기존 백신보다 효과가 같거나 그 이상이면 허가하는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비교임상은 수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피험자 수와 위약 대조군 모집 없이도 3상이 가능하다.

GBP510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재조합 백신’으로, 비교임상을 위해선 같은 재조합 백신인 ‘노바백스 백신’이 비교임상 대상으로 꼽혔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노바백스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4분기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제조된 아스트라네제카(AZ) 백신을 이번 임상의 대조 백신으로 사용해 효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김 처장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GBP510’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재조합 백신으로 비교하는 것이지만, 현재까지 재조합 백신으로 허가된 사례는 없다”라며 “다른 플랫폼으로 제조된 백신이라도 충분히 면역원성이나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발네바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도 같은 플랫폼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비교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1분기 ‘GBP510’에 대한 임상 3상 중간 분석 결과를 도출할 전망이고, 허가는 그 이후에나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임상 승인으로 당장 백신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비교임상하도록 승인한 것은 백신 개발 '속도’에 집중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백신이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하는 것인 만큼 안전성이 중요한데 임상 2상 최종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상 3상을 승인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상을 승인하기 위해선 1, 2상 최종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게 정석”이라며 “백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인데 수십 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1상만 가지고 3상을 승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교수는 “화이자나 모더나가 글로벌 표준 백신이니 그것과 비교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비슷하다면 비교임상으로 검증한 백신이라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부작용 문제로 기피하는 사람이 많고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능이 떨어지는데 아스트라제네카와 비교해서 비슷한 안전성과 효과성을 보인다고 할 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은 “mRNA 백신은 처음 만들어진 거고,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과거부터 많이 써온 백신이라 비교임상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선정한 것 같다.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면서 앞으로 노바백스 백신과도 비교임상을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GBP510 개발 기술로 변이주 항원을 활용한 임상을 연내 진행할 예정이고 GBP510 개발이 완료되면 백신 플랫폼으로 확보해 어떤 변이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