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고, 질까지 관리하나…고승범이 이끄는 금융위

입력 2021-08-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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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연합뉴스)

대출자 부실 분석반 운영 경험
“대출의 질 바꿔야 가계빚 안정”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되면서 금융당국의 대출 문턱 높이기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 고 내정자가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금융위 정책금융국장 시절부터 취약 계층 채무를 강조해온 만큼 그는 미시 분석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 내정자는 후보자 내정 소감을 통해 “가계부채, 자산 가격 변동 등 경제와 금융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서는 “가계부채 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가적인 대출 규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말하겠다”고 부연했다.

고 내정자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로 과열된 시장에서 금리를 올려 이를 억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우리 가계부채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1분기 기준 가계신용 대출은 1666조473억 원으로 5년 전 같은 기간(1158조4491억 원)보다 507조5982억 원 증가했다. 가계 소득과 비교해 부채 규모를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7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그는 대출을 조이면서도 차주를 보다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을 중시한다. 고 내정자가 정책금융국장이던 2012년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연구원, 신용정보사와 함께 가계부채 미시분석 작업반을 운영했다. 가계부채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차주의 특성 등을 심층 분석한 것이다. 당시 가계부채 미시분석 작업반은 △소득, 연령대별 가계대출 상환 능력 평가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 평가 △다중채무자 대출의 부실위험 평가 등을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도 미시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금융위는 은행업계, 연구기관 등과 중소기업 금융 애로 실태를 분석하기도 했다. 경기 민감 업종과 신생, 소규모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금융 지원에 나서기 위해서다.

고 내정자는 대출의 양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대출의 질 역시 관리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금융위 사무처장이던 대출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조 원 규모의 단기ㆍ변동금리ㆍ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금리 변동에 따른 이자 리스크와 일시 상환 부담을 줄이는 일환이었다. 고 내정자는 “(금융위에 있을 때) 대출구조의 질을 바꾸기 위해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바꾸려고 노력했다”며 “이것이 가계부채의 구조적인 안정성을 개선하는 방향”이라고 밝힌바 있다.

2017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대응으로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줄이는 방안에 대해 상환 능력에 대한 심사 강화, 여신 심사 강화를 언급했다. 고 내정자는 당시 “가계부채 관리는 앞으로도 계속 강화해야 한다”며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안(가처분소득을 키우는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례 노사 회의, 노동계를 배려한 디지털금융협의회 등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했던 정책들이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고 내정자는) 무조건 혁신하면 일자리가 생긴다는 시각에서 탈피해 현재의 규제가 형평성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역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존 금융위원장보다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듣고 소통을 중시했다”며 “고 내정자도 충분히 계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고 내정자가) 가계대출 문제에 있어선 정책적으로 잘할 것이라고 본다”며 “(인사청문회에선) 부동산, 금융 거래,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청와대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해 이번 주 안에 동의안이 접수되면 고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이달 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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