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고문단 전원 무혐의…용두사미로 끝난 로비 의혹 수사

입력 2021-08-08 15:05수정 2021-08-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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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1조 원대 펀드 사기 사건으로 시작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검찰은 옵티머스 고문단으로 활동한 인물들을 수사한 결과 혐의점을 찾기 어렵다고 보고 전원 무혐의 처리했다. 수천 명의 투자자를 속여 자금을 끌어모은 옵티머스 수사는 김재현 대표 등 일당 중 15명이 구속기소되고 16명이 불구속기소되며 1년 2개월 만에 끝났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는 옵티머스 고문단으로 활동한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입건되지 않았다.

피해액만 5000억 원 이상…김재현 1심 징역 25년

옵티머스 사태는 지난해 6월 옵티머스가 운용하던 사모펀드의 환매가 연달아 중단되면서 시작됐다.

옵티머스는 환매 중단 사태 발생 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매출채권을 자산으로 하는 펀드라고 속여 수천 명의 투자자로부터 1조6000억 원을 끌어모았다. 옵티머스 펀드는 NH투자증권이 집중적으로 판매했고, 수탁사는 하나은행이 맡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옵티머스는 투자금 대부분을 부실 채권 인수나 상장기업 인수, 펀드 돌려막기(폰지 사기)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액은 5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수사 개시 한 달여 만에 옵티머스 핵심 경영진 4명을 구속기소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 씨와 이사 윤석호 변호사는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벌금 3억 원과 추징금 51억7500만 원, 윤 씨는 벌금 2억 원을 선고받았다.

대규모 수사팀 1년 넘게 로비 의혹 규명 못 해

정ㆍ관계 로비 의혹은 검찰이 옵티머스 사무실에서 압수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으로 촉발됐다. 이 문건에는 ‘정부ㆍ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했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 ‘게이트 사건화 우려’ 등이 적시됐다.

채 전 검찰총장과 이 전 경제부총리, 양 전 나라은행장, 김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인사들이 고문단으로 활동하며 회사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로비 의혹이 확산하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팀을 확대 편성해 검사 18명이 투입된 대규모 전단 수사팀이 꾸려졌다.

검찰은 옵티머스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은 금감원 검사를 방해하기 위해 김 대표가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신빙성이 없고 채 전 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서로 청탁을 부인하고 있어 수사를 진행할 단서가 없다는 결론이다.

검찰은 문건 내용대로 채 전 총장이 지난해 5월 이 지사를 만나 함께 식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두 사람 모두 “사업과 관련해 청탁은 없었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해 6월 경기도가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 신청을 최종 반려 처분한 것 등을 이유로 더 수사할 단서가 없다고 판단했다.

문건에는 2018년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의 매출채권 일부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되자 이 전 총리가 채 전 총장을 옵티머스 측에 소개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른바 검찰 수사 무마 의혹은 미궁 속에 빠진 상태다. 이듬해 서울남부지검은 옵티머스 경영진 중 1명과 성지건설 대표이사를 기소했으나 펀드 사기 부분은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와 친분이 있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의 연루 여부도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수사팀을 동원해 1년 가까이 끌어온 수사가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로비 의혹으로 재판에 넘긴 정ㆍ관계 인사는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이 유일하다.

검찰은 윤 변호사의 부인인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선 계속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옵티머스 관계사들에 이름을 올리고 이동열 씨로부터 수입 감소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흘러간 곳을 추적해 현재까지 총 4200억 원의 재산을 동결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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