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짓고 인재 찾고" 뜨거워진 반도체 패키징 시장

입력 2021-08-02 14:2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인텔, 여러 통로 통해 패키징 기술력 강조
삼성ㆍSK하이닉스도 기술 고도화 혈안
TSMCㆍ인텔 해외에 후공정 생산기지 증설 계획
후공정 업계 "낙수 효과 기대"

▲팻 겔싱어(Pat_Gelsinger) 인텔 CEO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인텔의 향후 패키징 기술 로드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텔)

반도체 후공정 중 하나인 패키징 기술이 격화하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 속 핵심 전장(戰場)이 됐다. 국내ㆍ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자체 후공정 기술 구현을 위한 공장과 연구시설 등을 짓는가 하면, 관련 인재를 영입하는 등 산업 고도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탑재시킬 기기에 맞는 형태로 만드는 기술 및 공정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최근 패키징 기술은 제조한 반도체를 단순히 ‘포장’하는 개념을 넘어서, 고급 반도체 개발과 고객 유치를 위해 필요한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다.

2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인텔은 지난달부터 연재를 시작한 뉴스룸 콘텐츠 ‘비하인드 빌더스(Behind the Builders)’의 첫 두 편에서 후공정 기술과 엔지니어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첫 편에선 패키지 및 시스템 연구팀의 디렉터인 조한나 스완이, 두 번째 편에선 인텔 조립 테스트 기술 개발 그룹을 총괄하는 라비 마하잔 펠로우(부사장)가 등장해 본인들이 연구 중인 분야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코너가 패키징 분야 소개에 한정된 건 아니지만, 최근 중요도가 대폭 높아진 후공정 기술을 우선으로 소개하고자 이러한 배치를 시도했다"라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달 26일 진행한 대대적인 반도체 전략 발표에서도 EMIB, 포베로스 등 후공정 기술 소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EMIB는 반도체 기본 구조인 다이와 다이를 연결할 때 별도의 실리콘 없이 내장형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포베로스는 로직 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기술 등을 포함한다.

▲삼성의 엑스큐브 기술을 나타낸 그림(오른쪽). 기존 EUV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는 평면으로 칩을 배치했다면, 엑스큐브 기술은 7나노 다이(die)를 적층하는 방식이다.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는 지난달 세계 최고 권위의 반도체 학회인 ‘VLSI’에 참여해 패키지 사업 현황을 언급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로직 칩과 HBM(High Bandwidth Memory)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한 2.5D 패키징 기술 ‘아이큐브’,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패키지 기술 ‘엑스큐브’(X-CUBE) 등을 소개했다.

SK하이닉스도 이 자리에서 고사양 D램 제품인 ‘HBM 3’에서 첨단 패키징을 활용해 제품 사양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HBM은 3차원 적층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을 활용해 D램을 수직으로 쌓은 메모리를 뜻한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회사 측은 현재 또 다른 패키징 기술인 팬 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지(FO-WLP)와 관련한 경력 인력도 모집 중이다. TSV, FO-WLP 등은 대표적인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기술 개발과 더불어, 자체 생산기지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미 후공정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대만 TSMC는 올해 2월 일본 반도체 후공정 기술 연구소 건립할 계획을 확정했다. 인텔 역시 4조 원을 투입해 미국 뉴멕시코주 공장에 후공정 시설을 증설하기로 했다.

과거 반도체 후공정은 기술 난도가 높지 않고 과정이 단순해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차세대 반도체가 지녀야 할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로 첨단 패키징이 대두했다. 인공지능(AI)ㆍ빅데이터 시대에 들어서며 △고용량 △초고속 △저전력 △소형화 등 기존 미세공정만으론 전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후공정을 포괄하는 '턴키 주문'(일괄 발주)을 선호하는 팹리스 고객사도 늘어나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의 경우 개화하는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술 개발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애초 후공정을 외주 맡아 하던 OSAT(외주 반도체 패키지 테스트) 업체들도 주요 기업들의 활발한 행보에 내심 반색하고 있다. 산업 특성상 신기술 등장이 기존 후공정 기술 시장 파이를 앗아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후공정 업체 관계자는 "첨단 기술 개발이 활성화하면서 하위 공정들도 더욱 세분되고, 이에 따른 수요 낙수효과가 일어난다"라며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