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클리셰 다 때려 부순 도쿄올림픽 10대 국가대표들

입력 2021-07-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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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한국 국가대표,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인 스포츠 스타. 머릿속에 그려보는 이들의 모습은 냉정하고 침착한 승부사의 모습인데요.

‘국가대표 ○○○’ 이름 옆 멋진 프로필 사진. 그 프로필 모습으로만 상상했다면 실수하신 겁니다. 그들은 다르니깐요.

국가대표 선수라는 이미지에 박혀있는 클리셰(새롭지 못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를 이르는 말)를 때려 부순 10대 국가대표. 그들의 올림픽 도전이 국민의 무한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2020 도쿄올림픽 초반부터 눈에 띈 10대 스타는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 선수인데요. 혼성 경기를 거쳐 단체전까지 진행되면서 ‘김제덕 선수’보다 ‘우리 제덕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2004년생, 18살의 고등학생 김제덕 선수는 이번 도쿄올림픽이 첫 출전입니다. 김제덕 외 2명의 남자 양궁선수는 81년생 오진혁과 92년생 김우진입니다. 자신보다 23살, 12살이 많은 형님과 나서는 올림픽 경기. 그저 막내답게 조용히 묵묵히 형님들의 뒤에서 서포트를 할 거라고 예상했는데요. 그 예상, 우리 제덕이는 참지 않죠.

분명 관중이 없는데, 한국 선수들이 화살을 잡을 때마다 들려오는 우렁찬 화이팅 소리. 김제덕의 선수의 외침이었죠. 김제덕 선수의 응원 소리는 중계화면 곳곳에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는데요.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그간 양궁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시끄러움’(?)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김제덕 선수의 그 패기 넘치는 파이팅과 한 발 한 발 최선을 다하는 진심이 전해져왔습니다. 익숙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 새로운 모습에 ‘귀여움’까지 덤으로 채워졌는데요. 만화영화 주인공인 ‘쿵야’의 현실판이라는 짤까지 쏟아지며 ‘우리 제덕이’는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올림픽 2관왕 이후 출전한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한 김제덕 선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대 홀로 오르자 부족함을 느꼈다”고 말했는데요. 겸손하면서도 바른 청년의 모습까지 ‘우리 제덕이’파의 마음을 울렸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올림픽의 10대 스타는 김제덕 선수뿐만이 아닌데요. 박태환 이후 수영종목에서 부진했던 한국의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황선우 선수입니다. 2003년생 19살의 황선우 선수 또한 도쿄올림픽이 올림픽 첫 출전입니다. 국내 대회에서는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박태환 키즈’로 불렸는데요. 이번 도쿄올림픽으로 국민에게 아니 세계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자유형 200m에서는 한국 신기록을 자유형 100m에서는 아시아 신기록을 갈아치웠죠. ‘기록을 쓰는 소년’이라는 시적인 수식어까지 생겼는데요.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선 진출은 아시아 선수 중 최초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미 박태환의 기록을 넘은 황선우 선수. 비록 출전한 두 경기에서 메달권에 들진 못했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그의 질주에 더 큰 응원이 쏟아졌습니다.

황선우 선수를 더욱 돋보이게 한 건, 그의 성격이었는데요. 새내기 선수답게 쑥스러워하면서도 경기를 위해 준비했다는 똘똘함이 비춰줄 거란 예상을 상큼하게 뒤엎었죠.

한국신기록을 쓴 자유형 200m 이후 그에게 마이크를 건넨 기자들은 당황하고 말았는데요.

“떨리지 않았느냐”, “출발 직전 무슨 생각을 했냐” 등의 질문을 받은 황선우는 “생각보다 기록이 좋았다”, “괜찮았다”, “일반 대회랑 같았다”라는 담백하다 못해 싱거운 답변을 건넸죠.

“그냥…” 뛰었다는 저 말투 속 자신감. 루키 다우면서도 어찌 보면 베테랑 버금가는 천재성까지 느껴졌는데요. 그런데 이 선수의 ‘10대 귀염뽀짝’은 대선수 옆에서 방출됐습니다. 자유형 100m 준결승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국 카엘렙 드레셀 선수(2020 도쿄올림픽 자유형 100m 금메달)가 황선우 선수를 지목하며 “내가 18살 때보다 빠른 선수다”라는 격한 칭찬을 날린 건데요. 바로 옆에서 들은 자신의 칭찬에 ‘동공 지진’을 일으킨 황선우 선수. 귀엽다는 무한 댓글이 달리기 충분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올림픽 10대 스타는 또 있습니다. 탁구의 신유빈 선수입니다. 김제덕 선수와 동갑인 신유빈 선수는 탁구가 좋아 고등학교 진학 대신 실업팀 입단을 선택했는데요. 신유빈 선수는 단식 64강 전에서 58세 백전노장인 중국계 룩셈부르크의 니사아리안을 꺾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후 세계랭킹 15위 두호이켐(홍콩)에게 패해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10대 선수의 발랄함은 눈길을 끌었는데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싼 방호복 공항패션은 그저 시작이었습니다. 두호이켐에게 패한 뒤 그저 아쉬워하고 침울할 거란 생각은 또 우리만의 생각이었는데요. “조금 아쉽지만, 끝난 경기는 훌훌 털고 단체전에 임하겠다”며 활짝 웃어 보였죠. 그러면서 자신이 성덕이 된 것을 자랑하기 바빴는데요.

평소 방탄소년단(BTS)의 팬임을 밝혀온 신유빈은 방탄소년단 팬 커뮤니티플랫폼인 ‘위버스’에 멤버 뷔가 응원의 댓글을 남긴 것을 언급했습니다. “손이 떨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했다”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떨어졌다는 아쉬움보다 ‘성덕’의 기쁨을 알린 국가대표라니…. 생각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더 솔직한 10대 선수의 모습은 정말 새로웠죠. 그 새로운 당당함과 솔직함이 이들을 향한 환호성을 더 크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이들을 향한 응원은 인스타그램 공식 올림픽 한국 계정에서도 이어졌는데요. 인스타 감성 넘치는 스토리 사진이 연일 이슈인 그 계정이죠. “역시 홈마(팬 홈페이지 마스터)의 나라”라는 감격의 댓글이 이어지는 그 계정에도 10대 스타들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 뼘, 한 걸음, 한 발이 모여 그들의 첫 출전, 첫발, 첫 스윙이 만들어졌겠죠. 그들의 다음 올림픽의 기록도 지금처럼 모두의 예상을 깨는 ‘반전의 기록’이 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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