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양궁 2관왕 안산에 쏟아진 도 넘은 비난...무슨 일?

입력 2021-07-29 11:46수정 2021-07-2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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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 페미…" 안산 선수 향한 도 넘은 비난
세계는 '성 평등 올림픽'…뒤처진 한국 현주소
"답해줘선 안 될 일에 답하다 여기까지 왔다"
협회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요청 쏟아져

▲여자 양궁대표 안산이 25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경기에서 활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안산 선수를 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29일 오전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건 안산 선수가 도를 넘는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보호해달라는 요청이다.

금메달 2관왕 '국위선양' 선수를 향한 비난…왜?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과 장민희, 강채영이 25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산 선수를 향한 비난은 26일께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시작은 안산 선수의 짧은 쇼트커트 머리 모양이었다.

여기에 안산 선수가 호남 출신이며 광주여대에 재학 중이라는 점, 국가대표 프로필 사진에서 양궁 조끼에 세월호 추모 배지를 착용한 점이 거론되며 비난이 거세졌다.

"숏컷(쇼트커트), 여대 출신, 페미니스트는 믿고 거른다", "안산 선수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니까" 같은 도 넘은 비난이 폭주했다.

일각에서는 안산 선수의 과거 SNS 게시물 내용까지 걸고넘어졌다. 안산 선수가 SNS에 쓴 '오조오억', '웅앵웅'이라는 표현이 여성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이는 '남혐'(남성 혐오)이라는 주장이다.

도 넘은 비난은 특정 커뮤니티를 넘어 안산 선수 개인에게도 향했다. 선수의 SNS를 찾아 욕설과 비아냥이 담긴 댓글을 달거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냈다. 이에 안산 선수도 SNS 프로필에 "DM은 확인하지 않겠다"는 설명을 추가했다.

세계는 '성 평등 올림픽' 이야기하는데…뒤처진 한국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성적대상화에 반대한다며 관행을 깨고 전신을 덮는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었다. (출처=파울러 쉬퍼 인스타그램)

이러한 논란은 '다양성'과 '성평등'을 추구하는 올림픽의 시대정신에 뒤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앞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올림픽에 앞서 "2020 도쿄올림픽은 48.8%의 여성이 참여하는 대회 사상 첫 번째 성평등 올림픽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IOC는 경기 중계 가이드라인에 성 평등 관련 조항을 마련하기도 했다.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의 야니스 이그재르커스 대표이사는 그동안 스포츠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여성 선수를 성적 대상화한 장면을 내보내지 않겠다"말했다.

해외의 여성 스포츠 스타 역시 꾸준히 성 평등을 이야기해왔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며 관행을 깨고 전신을 덮는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의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는 앞서 2016년 미투 운동에 참여하면서 성 평등을 말해왔고, 여자 육상 100m·200m의 우승 후보로 꼽히는 영국의 디나 애셔 스미스는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꾸준히 흑인과 여성 인권을 주요 의제로 삼아왔다.

"답해줘선 안 될 일에 답해주다 여기까지 왔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칼럼니스트 위근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안산 선수를 향한 비난을 '말도 안되는 여성혐오 테러'라고 규정하면서 그동안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던 남혐 논란도 비판했다. 집게손가락을 남혐이라고 주장한 일부 남성 커뮤니티의 분노에 기업들이 대응해주며 근거 없는 비난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위근우는 "논란으로 사과한 GS, 경찰청, 최근의 스타벅스 등등에게 따져야 한다. 답해줘선 안 될 일에 답하고 사과한 탓에 뭐가 됐든 자기네 말을 들어줄 거란 효능감에 취한 혐오주의자들이 지금 여기까지 왔고 그 길은 당신들이 깔아준 거다"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쇼트커트 논란과 관련해 "페미 같은 모습이라는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류호정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자신의 짧은 머리 사진을 공유하며 "짧은 머리, 염색한 머리, 안 한 머리.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여성이 페미니스트"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성 정치인의 복장, 스포츠 선수의 헤어스타일이 논쟁거리가 될 때마다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여성들도 참 피곤할 것 같다"며 "저도 몇 년 동안 쇼트커트였는데 요즘에는 기르고 있다. 그러고 싶어서"라고 적었다.

한편 여성 네티즌들은 대한양궁협회에 협회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안산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포스터까지 만들어 공유하며 양궁협회에 대한 항의 전화,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및 응원 메시지 쓰기 등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협회에 선수를 사과하게 하지 말라, 도를 넘는 비난에 대해 강경하게 선수를 보호하라 등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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