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마돈크' 송용진 "B급 연기? 내겐 슬픈 로맨스물"

입력 2021-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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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2년 차 배우, 대표작은 '마돈크'…"계속 꿈꾸고파"

▲'마마, 돈크라이'에서 프로페서V 역할을 맡아 오랜 시간 사랑 받은 배우 송용진의 모습. (사진=페이지1, 알앤디웍스)
"타임머신 타고 백작을 만나는 내용이지만, 중심엔 모든 걸 버리는 사랑 이야기가 있어요. 비록 앞에서 깨방정 떨면서 B급 연기를 펼치지만, 제 프로페서V는 로맨스예요."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연출 오루피나/이하 마돈크)에 재연부터 지금까지 출연하고 있는 배우 송용진은 '마돈크'를 이렇게 해석했다. 극 속에 상대 여배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여인 메텔에 대한 마음을 지키고 바라보면서 끝나는 모습들이, 프로페서V가 달려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송용진에겐 '슬픈 로맨스'였다.

최근 '마돈크'를 공연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인근에서 송용진을 만났다. 송용진은 시간이 흐르면서 축적된 노하우 외에도 끊임없는 연구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프로페서V'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가 펼쳐놓은 '마돈크' 세계관을 들으면 몰랐던 작품의 맛을 알게 된다.

인터뷰 서두에 송용진에게 '마돈크'가 오래도록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마돈크' 예찬론을 펼쳐놨다.

"다 필요 없고, 노래가 좋고 쉽잖아요. 대중적인 멜로디를 갖고 있어요. 뮤지컬 넘버같지 않게 대중적이죠. '마마~ 돈 크라이'라고 부르는 훅도 귀에 딱 꽂히지 않나요?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어요. 소재 자체도 어떻게 보면 황당할 수 있지만, 슬픈 사랑 이야기가 있잖아요. 관객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넘쳐 흐르죠."

'이 작품'을 말했을 때 '이 배우'가 상징이 되는 것보다 배우에게 더한 영광이 있을까. '마돈크' 하면 '송용진'을 떠올린다는 칭찬에 대해 송용진 역시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 작품의 발전 과정을 옆에서 그리고 중심에서 계속 같이했기 때문에 애정이 남달라요. 초연부터 참여한 허규는 애정이 정말 큰 사람일 거고요. 저 역시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돈크'를 애정이 어린 눈빛으로 보게 돼요. 저를 대표하는 떠올려주시는 다섯 개 안팎의 작품인 것도 행복한 일이죠."

▲프로페서V 역의 송용진과 백작 역의 고영빈의 모습. (사진=페이지1, 알앤디웍스)

송용진은 특히 '10+1'주년을 맞은 '마돈크'를 맞으며 스스로 오만했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지난 시즌, 지지난 시즌을 하면서 'V 다 했다, 뭘 더 하냐'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연기적으로 이 정도면 됐다고 했죠. 그런데 이번 시즌을 하면서 스스로 반성했어요. 제가 찾아낸 만큼 새로운 것들이 더 찾아지는 거예요. 연기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아요."

형식적으로 달라졌다는 말이 아니다. 송용진 스스로 자신의 연기가 무르익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다른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하지만 여전히 V는 어렵고 떨리는 역할인 것도 사실이다. 극 시작 이후 30분간 '원맨쇼'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땀이 많기로 유명한 그이기에 땀도 흘리지 않고 멋짐을 마음껏 표출하는 백작 역할이 탐나기도 했다.

"힘든 거에 비해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지 않나요. 하하. 늘 농담으로 백작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특히 '타임 플라이'를 외칠 땐 '사점'을 찍어요. 그때 한 번 사점 찍고 '하프맨 하프 몬스터(Half Man, Half Monster)' 할 때 더 힘을 주는데, 또 한 번 사점을 경험하는 거죠. 늘 농담삼아 이렇게 불평불만을 내놓지만, 배우에게 V 역할은 드라마를 홀로 쭉 끌고 갈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예요. 백작을 시켜준다고 해도, 전 V를 할 거 같아요."

'마돈크'를 이끌었던 백작들과의 재회는 송용진에게 든든한 힘이 됐다. 배우 고영빈과 마지막 공연 이후 함께 찍어 올린 셀카를 보면, 두 배우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눈가가 촉촉하다'는 댓글까지 달렸다. 송용진은 고영빈을 '유일하게 기대서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분장대에 조명이 켜져 있어서 그래요. 하하. 물론, 공연 끝나고 나오면 저는 눈이 촉촉해져 있어요. '마돈크' 하면서 정말 많이 울거든요. 거의 모든 비밀이 다 올 정도로요. 영빈 형이랑 이번에 공연하면서 2003년 뮤지컬 '그리스' 때 처음 만난 이후 그동안 했던 모든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형도 똑같이 느꼈대요. 저희 둘 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어요. 그러다 보니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죠. 한회한회 소중하게 할 수밖에 없어요."

송용진은 '마돈크'를 통해 배우 이충주와는 타임머신 타고 시간여행까지 했단다. "초반에 정말 힘들어했던 충주가 이 작품을 통해 많이 발전했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은 완전 여유롭게 하고 있잖아요. 충주와는 대구에 가서 '마돈크' 지방공연을 했었어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공연도 열심히 했죠. 그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런데 이번에 같이 공연하는데 대구 마지막 공연 했을 때 느낌이 느껴지는 거예요. 대구에서 공연 마치고, 중간이 생략된 후 바로 이어서 공연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죠."

이렇게 애정하는 극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시기에 하는 것은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돈크'는 코로나19 여파로 두 차례 개막을 연기하기도 했다.

▲'마돈크' 송용진. (사진=페이지1, 알앤디웍스)

"과거엔 관객들이랑 무대에 걸터앉아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공연 소품인 책을 직접 주기도 했었어요. 이젠 모든 것들이 원천봉쇄 됐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박수뿐이에요. 환호 질러주시던 부분을 박수로만 화답해야 하니 관객들도 많이 답답해하고 계세요. 웃음은 전파되는데, 그런 면에선 조금 아쉬워요. 코로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마스크 벗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면 훨씬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송용진은 어느덧 데뷔 22주년을 맞았다. 그는 뮤지컬, 연극, 유튜브, 영화, 공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자신의 배경을 쌓아가는 중이다. '정체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는 그에게 바쁜 일상은 소중할 따름이다. 그는 "새로운 꿈을 꾸지 못하게 한다면 존재의 이유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생의 최소 반은 살았네요. 그러다 보니 무대 위에서 표현되는 정서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처럼 재주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깊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나이 먹는 만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도 커지지만, 배우로서의 책임감은 더 커져요. 후배들에게도 이런 자세를 보여주고 싶고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더 많이 꿈꾸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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