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비건' 시장…식품ㆍ유통업계, 채식 상품으로 ESG경영 나선다

입력 2021-07-28 14:35수정 2021-07-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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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이어 신세계푸드도 대체육 브랜드 론칭…이마트, 스벅코리아 최대주주 첫행보 ‘비건 샌드위치’

(사진제공=신세계푸드)

식품ㆍ유통업계의 채식 열풍이 거세다. 미래식품으로 주목받는 대체육을 비롯해 안주, 샌드위치, 빙수까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인류의 건강과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각광받는데다 글로벌 비건 인구가 늘면서 K푸드를 앞세워 수출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신세계푸드, ESG경영 의지 담은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출시

신세계푸드는 독자기술로 만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의 론칭과 함께 첫 제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햄 콜드컷(Cold cut, 슬라이스 햄)을 선보이며 대체육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28일 밝혔다. 브랜드명 ‘베러미트’는 ‘고기보다 더 좋은 대체육으로 인류의 건강과 동물 복지, 지구 환경에 대해 기여하자’는 신세계푸드의 의지를 담았다.

첫 상품은 돼지고기 대체육 햄인 콜드컷으로 이탈리안 정통 햄 ‘볼로냐’와 독일 정통 햄 ‘슁켄’, 이탈리안 정통 햄 ‘모르타델라’ 등 3종으로 개발됐다. 신세계푸드는 콜드컷뿐 아니라 소시지, 햄, 불고기용 스트랩 타입, 최종적으로는 돼지고기 원물과 유사한 제품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스타벅스를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F&B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판매채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는 “베러미트는 신세계푸드의 ESG 경영 의지를 담아 선보이는 푸드 콘텐츠”라면서 “기업 비전으로 수립한 ‘푸드 콘텐츠 앤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를 이루기 위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베러미트를 적극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신세계푸드)

◇ 농심 ‘베지가든’ㆍ풀무원 비건라면 ‘정·백·홍’ 내놔

농심그룹은 올해부터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 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식물성 대체육은 물론, 조리 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총 18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서 가장 폭넓은 제품군이며 식물성 치즈는 농심이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농심은 연초부터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입점에 나서 온·오프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도 지난해 8월 라면 브랜드를 ‘자연은 맛있다’로 재단장하고, 자연 재료 본연의 맛을 로스팅 공법으로 구현한 비건라면 정·백·홍 3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정면’에 이어 이달 초에는 ‘정비빔면’이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정면은 출시 4개월 만에 200만 봉지 판매되며 인기 몰이 중이다.

삼양식품이 3월 출시한 ‘맛있는라면 비건’ 역시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아울러 장수 스낵 '사또밥'도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획득해 현재 수출용 사또밥 패키지에는 2018년 취득한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Vegan Society)’의 인증 마크가 표기된다.

(사진=농심)

◇ 이마트, 스벅코리아 최대주주 첫 작품 대체육 샌드위치 낙점

유통업계도 채식주의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가 된 후 첫 행보로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 대체육을 사용한 샌드위치를 29일부터 판매한다.

편의점 GS25는 비건을 위한 ‘베지가든 매운떡볶이’와 ‘베지가든 짜장떡볶이’ 등 간편식 2종을 팔고 있고, CU는 지난 4월 ‘맛있는 녀석들 비건육포 2종’에 이어 최근에는 채식 안주 ‘DJ&A 베지크리스프’를 출시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은 올해 처음으로 아몬드 우유 얼음을 사용한 ‘스위트 비건 빙수’를 출시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말 잠실점 6층에 위치한 식당가인 ‘먹리단길’에 비건 식당인 ‘제로비건’을 열어 비건족을 유혹한다. ‘제로비건’은 쓰레기 배출을 ‘0’으로 만들자라는 의미의 ‘제로웨이스트’와 오직 식물성 음식만을 섭취하는 채식 단계인 ‘비건’의 의미를 담고 있는 브랜드다.

롯데의 헬스앤뷰티스토어 롭스(LOHB’s)는 동물 실험이나 동물성 원료 사용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다양한 비건 화장품 브랜드들을 입점 시켜 팔고 있다. 비건 브랜드 상품 수는 지난해 전년대비 50% 내외로 확대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 ‘미닝아웃’ 소비에 간헐적 채식 27% MZ 잡고, 수출도 노리고

유통 식품업계가 비건 식품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최근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 사이에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채식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약 150만 명으로, 2008년(약 15만 명) 대비 10배 증가했다.

특히 ‘주 1회 채식 실천’이 MZ세대에 화두가 될 만큼 채식 메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4월 출간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900명 중 27.4%가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ble+Vegetarian)이라고 답변했다. 이들은 주 1회 이상, 많으면 하루 1끼 이상 육류 섭취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다.

K푸드 수출이 늘면서 해외 시장 진출도 비건식품 증가에 한몫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47억 4100만 달러(약 5조4700억원)에서 2023년 60억3600만 달러(약 7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30년 대체육이 전 세계 육류시장의 30%,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소ㆍ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국내 관광을 온 채식주의자의 발걸음을 이끄는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동은 인구가 많아 구매력이 높고, K컬쳐 인기도 높은 지역이지만, 무슬림 국가가 많아 수출이 쉽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일이 각국 특성에 맞게 상품에 제조하는 것보다 아예 육류를 뺀 비건 식품을 내놓는 것이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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