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빈 대장 마지막 모습 공개한 러시아 산악인 “최소 15명이 구조 요청 무시”

입력 2021-07-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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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산악인 비탈리 라조 씨는 24일(현지시각) 김 대장이 조난되기 10분 전에 브로드피크 절벽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최소 15명이 김 대장의 구조요청을 무시했다”고 밝혔다. (출처=데스존프리라이드 인스타그램 캡처)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047m)에서 하산하다 실종된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57)에 대한 수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시 주변 산악인들이 김 대장의 구조 요청을 목격하고도 외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각) 러시아 산악 단체 데스존프리라이드(deathzonefreeride) 소속의 비탈리 라조(Vitaly Lazo·48)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 대장이 조난되기 10분 전에 브로드피크 절벽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당신들은 SNS에서 8000m를 정복한 용감한 사람들이고 영웅일지 모른다”면서 “그러나 나는 당신들이 인간성을 상실한 한심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라조는 지난 18일 조난된 김홍빈 대장 구조 요청에 가장 먼저 응했던 산악인이다.

그는 “내가 김 대장을 처음 발견했을 때 14시간 넘게 벼랑 끝에서 구조를 기다린 상태라 몹시 지쳐 보였다. 계속 피곤하다는 말을 했다”면서, 등강기(절벽에서 로프를 탈 때 쓰는 장치)를 이용해 김 대장을 구하려 했지만, 갑자기 등강기가 고장이 났다고 했다. 이에 김 대장이 장치를 고치려고 몸을 움직이다가 암벽 아래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라조는 “내가 도착하기 전 김 대장의 포터(짐꾼)가 울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산악인들이 외면하고 그냥 갔다고 한다. 최소한 15명 이상이 김 대장의 불빛을 외면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인 김 대장을 구조할 힘이 없었다면 인정하겠다”면서도 “무전기로 구조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파키스탄 육군 항공구조대 헬기 2대가 지난 25일 사고 현장을 수차례 돌면서 수색을 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김 대장은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단독 등반 중 불의의 사고로 동상을 입고 열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등정에 성공했다. 김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 58분 브로드피크 정상을 등정하고 하산하던 도중 해발 7900m 부근에서 조난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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