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들인 보람 있네…CJ ENM '비틀쥬스'

입력 2021-07-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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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 한 장면. (사진=CJ ENM)
'재밌다', '저세상 텐션이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기술적인 이유로 두 차례 개막 연기 했던 뮤지컬 '비틀쥬스'를 향해 관람객들이 '극호'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많은 기대를 한 만큼, 공연을 보기 전까지 '세모눈'을 뜬 관객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 공연이 두 번 연속 개막을 미루는 일도 흔치 않은 일이다. 또 전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에 대한 호기심과 우려가 섞인 반응이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 입장한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된다. 로비부터 비틀쥬스의 집에 초대된 듯한 기분이 든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98억 년을 살아온 비틀쥬스는 독특한 캐릭터다. 자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인간' 소녀 리디아를 만나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불러 달라고 하는데, 이유 없이 당당하다. 정성화·유준상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비틀쥬스가 이승과 저승에 낀 자신의 상황을 'VIP석과 R석 사이에 낀 시야방해석' 같다고 하거나 "코로나 검사 그만하고 싶어"라고 말할 땐 현실 이야기와 맞닿아 있어 실소가 터져나온다. 미국식 코미디를 한국화하는 데도 상당한 공을 들여서인지, '우리 식' 유머가 빵빵 터져 나온다. 배우들은 이 역시 계산된 것들이라고 귀띔했다.

▲뮤지컬 '비틀쥬스' 한 장면. (사진=CJ ENM)

무대 역시 변화무쌍하다. 다락방이 됐다가 침실이 됐다가 저세상이 되기도 한다. 비틀쥬스 손짓 하나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확' 바뀐다. 분위기도 여기에 맞춰 반전된다. 거대한 뱀, 모래 벌레, 어마어마한 크기의 퍼펫이 9명의 비틀쥬스와 함께 무대를 채운다. 퍼펫들은 공연을 위해 브로드웨이 팀이 직접 미국에서 공수해 온 것들이다.

CJ ENM의 애정이 묻어난다. 2000만 불 이상의 대형 프로덕션으로 사전제작비가 한국 돈으로 250억 원 정도에 달하는 '비틀쥬스'를 한국으로 갖고 온 의지가 보인다. 예주열 CJ ENM 프로듀서는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제작 참여 배경에 대해 "'비틀쥬스'에 대해 "2018년 당시, 귓가를 맴돌게 하는 다양한 음악과 입체적이고 독특한 캐릭터까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라며 "2019년 비틀쥬스 브로드웨이 버전을 본 후 브로드웨이 신기술이 결합된 대형 신작 뮤지컬을 어서 빨리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비틀쥬스' 한 장면. (사진=CJ ENM)

작품이 남긴 메시지도 빼놓을 수 없다. 유령이지만, 인간에게 보이고 싶은 비틀쥬스는 정상과 비정상 그 어디쯤 존재한다. 우리에게 '외로움'이란 감정은 부정하고 싶을수록 파고든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 150분간 '비틀쥬스'라는 마법에 빠졌다 나왔다.

'비틀쥬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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