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으로 금융업' 카카오뱅크, '혁신'은 있는데 '주주가치 재고'는 없었다

입력 2021-07-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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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다음 달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주주가치 재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상장 전 활발한 투자유치와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으로 오버행(공급과잉)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업 '종잣돈'을 대는 신규 주주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0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한 카카오뱅크 IPO 프레스톡에서 '1등 금융 플랫폼'과 함께 '혁신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고, 기존 금융회사들이 상상도 못 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배당이나 오버행 이슈(공급 과잉) 등 주주 권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카카오뱅크는 2016년 1월 설립된 후 5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말 자본금 2조383억 원을 확보했다. 이 자금과 이번 공모에서 모집 예정인 2조 원 규모 유상증자 자금은 카카오뱅크 '종잣돈'이다.

일반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해야 하는 최대주주를 제외한 기관 보유분은 잠재적 매도물량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시장에서 돈을 모아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정작 자본금을 댄 주주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전 기준으로 최대주주인 카카오 지분율은 31.62%다. 나머지 약 70% 지분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6.97%), 국민은행(9.30%) 등 기관 투자자들과 장외시장에서 지분을 취득한 소액주주 3400여 명이 나눠 들고 있다.

이 주식 중 상장 직후부터 매도가 가능한 수량은 7596만여 주로 지분율 기준 15.99%에 달한다. 공모 주주 목 5236만여 주(11.02%)를 합치면 총 1283만여 주(27.01%)다. 보호예수별로보면 상장일로부터 3개월 후에 넷마블과 스카이블로 럭셔리 인베스트먼트가 각각 761만여 주(지분율 1.60%)씩 보유한 물량이 풀린다. 6개월 후에는 우리사주조합 분(1309만 주, 2.76%)을 제외한 모든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산정에서 외국 인터넷은행 등을 비교 상대로 선정하며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겪었다. 기존 시중은행과 비교해 10배나 높은 주가 산정식이 적용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기업가치 산정으로 상장 이전에 투자한 FI(재무적 투자자)들은 소위 '대박'을 쳤다. 높은 지분율을 보유한 한국금융그룹의 경우 수천억 원대의 평가 수익을 기대받기도 했다.

이는 새롭게 투자하는 주주 권익으로 직결되는 문제다. 상장 후 기존 주주들이 대거 지분을 처분할 경우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모나 상장 이후 투자자는 외면한 채 초기 투자자인 기관들만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기회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장외시장에서 주당 8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희망공모가가 3만3000원에서 3만9000원 사이란 점을 고려하면 상장 시점에서 큰 평가손실을 보이는 이들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은행주의 대표적인 매력 포인트인 배당에 관한 언급도 없었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배당하지 않았다. 향후 배당 계획 역시 없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는 시장의 판단이고 더욱이 상장 전이라 구체적인 청사진에 대한 언급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며 "공모자금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큰 주주가치 재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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