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메타버스, 마네킹, 트럭까지…코로나 시대 목소리를 내는 방법

입력 2021-07-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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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마네킹·트럭·차량 시위까지
'코로나19' 시대 등장한 언택트 시위
"시민 사회 목소리 전달 어려워…새로운 방법 필요"

▲16일 메타버스 앱 '히든오더'에서는 타투 합법화를 촉구하는 '내 눈썹이 불법이라니' 시위가 열렸다. (출처=히든오더 앱 캡처)

"손이 뜨거워지는 시위다"

타투 합법화를 촉구하는 메타버스 시위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접속해 배터리 사용량이 많아지자 핸드폰이 뜨거워진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지난 16일 메타버스 앱 '히든 오더'에서는 타투 합법화를 요구하는 메타버스 시위 '내 눈썹이 불법이라니'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오프라인 시위가 불가능해지면서 메타버스 시위를 열게 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문화연대 신영은 활동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시민 사회의 목소리를 모아 세상에 전달하는 기회가 축소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참견해야 할 세상일은 끊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들도 출연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때"라며 주최 이유를 설명했다.

▲타투 합법화를 촉구하는 메타버스 시위 참가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연대)

핸드폰이 뜨거워진 만큼 실제 집회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집회에는 얼마 전 타투법을 발의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임보란 대한 문신사 중앙회 이사장, 김도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 김미소 사단법인 한국패션타투협회 부회장 등 타투 업계 관계자들이 연사에 나섰다.

류호정 의원이 첫 번째 연사로 나서자 많은 사람이 환호하며 점프를 했고, 이 때문에 렉이 걸려 잠시 류호정 의원의 접속이 원활하지 않기도 했다. 류호정 의원은 이날 "타투는 한 사람의 '외모'이고 타투이스트의 예술 작품"이라며 "국회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법 의지를 다졌다. 연사 발언 뒤에는 실제 집회처럼 행진과 인증샷 촬영이 이어졌다.

▲전국시설물유지관리 사업자들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마네킹을 동원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메타버스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비대면 시위는 코로나19 이후 보편화됐다. 마네킹, 트럭, 차량 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

지난해부터 시위를 하고 있는 전국시설물유지관리 사업자들은 지난 16일과 1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마네킹을 동원한 시위를 열었다.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건설업 또는 종합건설업으로의 업종 전환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업종 전환 추진을 2029년 말까지 유예하고 재검토하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에 협회는 국토교통부에 권익위의 권고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오는 23일까지 전국에서 권역별 릴레이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2월 3일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시위 버스가 여의도를 지나가고 있다. (정대한 기자 vishalist@)

마네킹 외에 요즘 가장 떠오르는 언택트 시위 방법은 트럭과 버스다. 공매도·부동산 정책 같은 정부 정책 비판부터 게임 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비판, 역사 왜곡 콘텐츠 비판까지 목소리를 내는 분야도 다양하다. 트럭·버스 시위가 주목받는 데는 따로 신고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데다가 거리두기 단계 적용에 자유롭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2인 이상 집회·시위는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만, 차량 1대는 1인 시위로 간주해 신고 의무가 없다. 현재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모든 행사와 집회가 참석 인원 수와 무관하게 금지됐고, 1인 시위만 허용된 상황이다.

▲15일 새벽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갖가지 시위 방법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시민 사회가 코로나19 이전처럼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경찰이 지난주 열린 자영업자 차량시위를 불법으로 판단해 내사에 착수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15일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 비생대책위원회(비대위)'는 차량 수십 대를 동원해 영등포구, 마포구 일대서 차량 시위를 벌였다. 거리두기 4단계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이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현재 자영업자들의 차량 시위가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19일 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에 항의하는 자영업자들의 차량시위와 관련해 "위법 소지가 크다고 봐서 내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차량 시위에 그치지 않고 촛불시위도 벌일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비대위 측은 16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시작서부터 지금까지 국가로부터 재산권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가) 저희의 외침을 외면하거나 묵살하면 전국에 있는 모든 자영업자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올 것을 예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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