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심사·기존 사업자 전산작업·개통일 협의 등등...개통시기 '현혹'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의 경우 최대 7일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를 사용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당장의 사용자 유치를 위해 개통 가능 시기를 속이는 등 소비자를 현혹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1일 서비스가 개시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은 접수부터 개통까지 최소 5일에서 최장 일주일의 절차가 필요하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은 이동전화와 달리 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번호이동 적격심사, 기존 사업자 전산심사, 개통일시 협의적격심사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은 초고속인터넷처럼 설치 즉시 사용가능 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K(29)씨는 작년 12월 중순 SK브로드밴드에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 전화를 신청했다.
K씨는 "초고속인터넷은 가입신청 이후 곧바로 설치가 이뤄졌지만 인터넷전화는 1주일 이후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K씨는 "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설치가 안 돼 문의하자 가입처리가 안됐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며 "초고속인터넷은 설치해 놓고 가입신청이 안됐다니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현상의 주된 요인은 일단 가입자부터 확보해 놓고 보자는 경쟁과열에서 찾을 수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영업점에서 실수 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관련 업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실제 인터넷전화 설치 지연 문제는 본사 책임보다는 KT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컴퓨터 수리점과 함께 SK브로드밴드 사용자를 모집하는 L(41) 사장의 경우가 그렇다.
L사장은 "SK브로드밴드 인터넷전화 가입시 문의하면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히지만 알리지 않는 경우 역시 많다"며 "일단 가입신청 이후에는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부가서비스 가입이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의 필수라고 홍보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신청 다음날 바로 개통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영업소마저 있다.
실제로 확인된 영업소 A와 B의 사례가 그렇다.
송파에 위치한 A사 관계자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신청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발신번호 표시확인 부가서비스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며 "월 2000원의 사용요금이 부과된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의 경우 설치 절차가 까다로운 만큼 최소 3~4일, 늦어지면 1주일 이상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본사 직영점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B사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B사 관계자는 "발신번호 표시확인 부가서비스는 의무 가입사항이 아니다"며 "원하는 사용자에 한해서 1000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A사의 사례를 들며 설치기간이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신청하면 다음날 오후에 무조건 개통 가능하다"며 "빨리 신청하는게 유리하다"고 권유했다.
업계 관계자는 "설치가 끝났다고 자동으로 개통되는 것이 아니고 기존 전화가 끊어지면서 동시에 개통이 돼야하기 때문에 사업자간에 개통일정을 협의하는 등 시일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평균적으로 최소 5일에서 일주일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