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최재형, 윤석열과 다른 행보…사퇴 보름 만에 국민의힘 입당

입력 2021-07-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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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당원서를 모바일로 작성한 뒤 취재진에게 당원가입이 완료됐다는 안내화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감사원장직 사퇴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최 전 원장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 전 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항마로 거론되는 만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압박도 강해질 전망이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라고 했지만, 다른 행보를 보이며 입지를 굳혀갈 것으로 보인다.

최재형 "정권교체, 모든 것을 바치겠다."…이준석도 환영

최 전 원장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후 "오늘 제가 평당원으로서 입당한다"며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삶이 이전보다 나아져야 되지 않겠냐"라며 "특별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우리 청년들의 삶이 이제는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그러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러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 앞으로 제가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변화와 변혁에 저의 자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 좋은 정치로 국민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을 정권교체의 주체로 언급해주시고 참여해서 힘을 보태겠다고 하신 거에 무한한 감사와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와 국민 삶 보듬을 수 있는 그런 전략과 정책으로 꼭 정권교체를 이뤄내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최 전 원장의 입당이 결정되자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재원·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사에 와서 환영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박진·권영세 의원 등 중진들도 함께했다.

이 대표는 최 전 원장을 '당원'이라고 호칭하며 "앞으로 행보를 저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보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은 "여러 당원 동지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우리 국민의힘이 정권교체, 나아가서 보다 나은 미래,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야당을 만드는 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일정은 아직…윤석열 향한 '노림수'도 엿보여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재단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예방,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최 전 원장은 구체적인 대권 도전이나 캠프 구성, 정치 행보 등은 결정하지 않았다. 최 전 원장 측근은 이날 이투데이와 만나 "(캠프 구성은) 이제 차차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전 원장도 "(당 예비후보 등록) 시기에 관해선 결정한 바가 없다"며 "어떤 역할을 할지 그때 가서 제가 위치가 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의 입당은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 사퇴 후 17일 만이다. 이처럼 최 전 원장이 빠르게 국민의힘 입당을 결정한 배경에는 윤 전 총장이라는 야권 유력 주자를 의식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 전 원장은 대변인도 따로 두지 않으면서 윤 전 총장의 '전언 정치'와는 다른 행보를 가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환영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대변인을 안 두는 게 전언 정치를 안 한다는 뜻이냐'고 묻자 "그런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도 "대변인은 쉽게 말해서 전언 정치"라며 "최 전 원장이 원하는 건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 전 원장은 빠른 입당이 윤 전 총장을 견제하는 것이냐고 묻는 물음에 "지금까지 다른 분의 어떤 행동이나 선택에 따라서 제 행보를 결정해오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저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저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좀 더 빨리 만나서 함께 논의하면서 앞으로 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충분한 논의를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겉으로는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오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최 전 원장의 입당에 관해 "전략이라기보단 정치하시는 분들의 각자 선택을 다 존중한다"고 말했다.

낮은 인지도가 입당 배경?…숙제로 남은 '지지율'

(제공=리얼미터)

최 전 원장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다른 주자들보다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입당을 17일 만에 결정한 배경에는 윤 전 총장 견제 외에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려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굳혀나가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2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P)) 결과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4.2%의 선호도를 얻어 전체 대선주자 중 5위를 기록했다. 1위인 윤 전 총장과는 23.6%P 차이가 난다. 보수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홍준표 의원(15.3%)과 유승민 전 의원(9.0%)에 뒤진 4위(6.0%)로 나타났다.

당 내부에선 빠른 입당의 배경에 낮은 인지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들어와도 손해, 안 들어와도 손해인 상황에서 들어온 게 낫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당에 들어와서 세력을 확장하는 게 최 전 원장에게 좋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은 인지도가 낮아서 지지율이 안 나오는 것"이라며 "당에 들어오는 순간 인지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해 최 전 원장은 전날 권영세 의원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을 높이는 데에 대해선 제가 노력한다고 되는 부분도 아니다"라며 "저는 제 나름대로 소신과 생각을 가지고 나아갈 때 그 부분에 대해선 국민 여러분께서 판단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 대선주자들도 일단 '환영'…전문가 "최재형, 尹과 경쟁할 듯"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이준석 대표와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최 전 원장의 이른 입당에 당내 대선 주자들도 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홍 의원은 최 전 원장의 입당이 확정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 전 원장의 입당을 환영한다"며 "정권교체의 훌륭한 큰 자원이 우리 당에 들어옴을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원팀이 돼 정권교체의 대장정에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도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환영한다"며 "좋은 분과 함께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와 국민의 미래가 달린 대선을 향해 정정당당한 경쟁을 치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님의 국민의힘 입당을 뜨겁게 환영한다"며 "정권 교체의 중심은 국민의힘이라는 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정권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의 역할을 하시던 뚝심과 소신으로 야권의 활력과 저변 확대, 정권교체에 큰 힘이 되어주실 것을 기대하겠다"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에 나섰다. 김진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감사원장 임기 중 사퇴하고 곧바로 입당한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사례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라며 "최 전 원장이 이를 심대하게 훼손하고도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니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최 전 원장이 입당을 통해 윤 전 총장과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서로 경쟁 체제가 될 것"이라며 "당이 (최 전 원장을) 지원해서 후보가 될 최 전 원장과 당 밖에서 중도 우파를 뽑아가겠다고 하는 윤 전 총장의 대결 구도가 되겠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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