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에도…우리 기업 80% "경쟁 격화 심화" 토로

입력 2021-07-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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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율 감소’, ‘시장점유율 하락’까지 삼중고 직시해야

최근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수출 실적에도, 수출 중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 기업 10곳 중 8곳은 글로벌 경쟁 격화에 따른 어려움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마진율 감소, 시장점유율 하락까지 '삼중고'를 염려하는 기업 수도 적지 않아 코로나 기저효과와 반도체 경기 호조에 가려진 기업들의 어려움을 직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11일 발표한 ‘글로벌 경쟁상황 변화와 우리 기업의 대응실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국내 수출기업 300개사 중 79.3%가 해외 경쟁 강도에 대해 '격화 추세'라고 응답했다.

약화 추세라고 답변한 기업은 15.3%에 그쳤고,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5.4% 수준이었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요인으로 경쟁기업 증가(61.3%)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시장 성장세 둔화(46.4%), 기술 혁신 가속화(34.7%)였다.

경쟁기업 국적에 대해선 ‘중국’(42.3%), ‘미국’(26.0%), ‘일본’(20.3%), ‘EU’(18.3%) 순으로 지목했다. 국내 기업을 경쟁사로 보는 의견도 35.0%에 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수출 호조에도 이처럼 글로벌 경쟁격화의 의견이 많이 나온 건,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대한 경계심과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반도체, 배터리 사업에서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주요국의 신산업 선점 경쟁 가속화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ESG 경영, 양적 완화 축소, 탄소세 부과 등 새로운 도전과 미래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멕시코주 러빙턴 인근의 한 유전에서 펌핑잭이 석유를 뽑아올리고 있다. 러빙턴/AP뉴시스

수출기업 중 절반 훌쩍 넘는 64%는 마진율 감소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겪고 있다고 답한 기업도 48.3%에 응답했다.

여기엔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응답 기업 중 76.3%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답했다.

상승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는 정도는 전부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은 9.2%에 그쳤고, 부분 반영하는 기업이 68.5%,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도 12.2%로 조사됐다.

기계장치 제조 A사는 “원가가 오른 만큼 수출가격에 반영하려고 해도 해외 발주처에서 거부감이 크고 수용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라며 “원가 상승이 가격에 반영되는 정도는 잘해야 30% 수준에 그친다”라고 토로했다.

전자부품 수출 B사는 “주력제품의 수요처가 몇 군데로 정해져 있고 가격경쟁이 치열한 분야라 원가인상을 전가하기 쉽지 않다”라며 “지금처럼 원자재가격이 급격히 뛰면 다른 경비를 줄여야 수지를 맞출 수 있어 여유는 없어진다”라고 밝혔다.

최근 사업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시장 추세 변화를 묻자 친환경, 사회적 가치 중시 등 ‘가치소비가 늘고 있다’라는 응답이 53.0%로 가장 많았고, 비대면·온라인 등 '거래방식 변화'를 꼽은 기업도 43.3%에 달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업이 받는 대응 압박 정도도 커지고 있다. 시장 추세 변화에 따른 영향 질문에 소비재 수출기업의 절반 가까이(47.8%)는 신제품 출시 빈도를 늘리고, 일정을 앞당기는 ‘제품 출시 주기 단축’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선제적 혁신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아직 미흡했다.

디지털 기술 가운데 활용 중이거나 활용계획이 있는 분야로는 ‘스마트공장·로봇’이 가장 많이 꼽혔지만, 그 비율이 36.3%에 불과했다. ‘온라인플랫폼 구축·연계’(29.4%), ‘빅데이터’와 ‘AI’ 관련 응답은 각각 28.0%와 16.7%에 그쳤다.

디지털기술 활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는 ‘인력 및 기술력 부족’(59.6%), '막대한 투자비용'(32.7%) 등이 꼽혔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 확보를 위한 과제로 ‘기업 및 부문간 협업네트워크 구축’(35.3%)을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우수인재 양성’(23.7%), ‘통신․에너지를 비롯한 신산업인프라 확충’(15.0%), ‘데이터․신기술 활용 등의 혁신여건 조성’(14.7%), ‘규제개선’(11.3%) 등 순이었다.

인재확보가 필요한 분야로는 ‘설계와 연구개발’(35.5%), ‘영업·마케팅’(23.7%), ‘사업기획’(14.8%), ‘데이터 분석’(12.4%), ‘공급망 관리’(4.7%)를 거론했다.

최규종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디지털화·친환경 등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지만, 경쟁격화와 마진감소 등으로 인해 기업의 연구·개발과 미래 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라며 “차세대 통신·데이터·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가 가능하도록 펀딩 관련 규제 완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요청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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