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이대남 분노 정략적 이용"…하태경 "아메바식 정치 공세"

입력 2021-07-07 18:41수정 2021-07-07 18:4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대선 쟁정 부상한 "여가부 폐지"
이낙연 "성별 혐오에 편승한 발상"
야권서도 "분열의 정치" 비판 목소리
윤김지영 교수 "남성중심 포퓰리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를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대남(20대 남성)’이 내년 대선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보수 야권의 지지 세력으로 급부상한 2030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도 녹아 있다. 하지만 여가부 존폐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제기돼 온 만큼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당내 주요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여가부 폐지를 공약하고 이준석 대표가 찬성 입장을 내면서 여가부 폐지를 비롯한 관련 방침이 국민의힘 대표 공약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 대표는 6일 ‘SBS 주영진 뉴스브리핑’에서 “여가부는 빈약한 부서를 갖고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했다”며 여가부 폐지에 찬성했다. 유 전 의원도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 모든 부처가 여성과 관계가 있으며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 대선 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도 “여가부가 문재인 정부 들어 남녀평등, 화합보단 오히려 젠더 갈등을 부추겨 왔다”며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야권의 움직임이 ‘이대남’을 향한 노골적인 구애 전략으로 젠더 갈등만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 “여가부의 역할 조정은 필요하다고는 보지만,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혹시라도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표는 “‘평등을 일상으로’라는 여성가족부의 지향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과 우리 사회의 모든 약자들을 위해 구현돼야 할 가치”라며 “혐오와 분열을 자극하거나 그에 편승하는 정치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전혜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대남 분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장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젠더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SNS를 통해 “여가부 폐지 주장은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는 인위적으로라도 여성의 참여를 끌어올려야 하는 영역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정치다. 능력이 엇비슷하다면 여성 장관, 여성 지자체장을 발탁하고 기용해 일정 숫자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우리 정치가 당면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를 ‘여성정책 폐지’ 심지어 ‘여성 혐오, 여성차별’로 몰아가는 주장들이 난무하다”며 “이런 단세포, 아메바식 정치공세가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여성전담 부처로 여가부 역할, 존치 여부, 대안 모색 등 차분하게 토론하면 안 되는 것이냐”라며 “김대중 정부 시절 ‘여성부’의 출범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었지만, 점차 역할이 줄었고, 모든 부처에서 여성정책을 모두 맡아서 하는 시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가부 폐지 논란이 남성 중심의 포퓰리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야권 대선주자들이 여가부가 젠더 갈등, 남녀 간 혐오를 조장한다고 하지만 뒤집어보면 여가부 존재로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편한 일부 20·30 남성의 표심을 얻으려는 것”이라며 “즉 사회 분란과 불안정 탓을 여가부에 돌려 표심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김 교수는 “물론 여가부가 논란된 사건이 있었지만, 외교부에서 고위직급이 성비위 사건 일으켰다고 외교부를 폐지하자고 하진 않지 않느냐”며 “여가부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개선이 아닌 폐지로 몰아가는 것은 논리적 비약에서 남성중심성이 들어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