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숨 는 중기ㆍ소상공인...“‘주 52시간’에 치이고 ‘거리두기 완화 유예’에 울고”

입력 2021-07-01 16:23수정 2021-07-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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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온수산업공단에 위치한 동일폴리마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고무 및 PVC 제조작업을 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 정책입니다. 정부 지침이라 따르기는 하지만 물량도 줄어들고 사람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현장에 와보세요. 제발.”

1일 오후 찾은 서울 구로구 온수산업단지공단은 간간이 들려오는 기계 소리 이외에는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널브러진 철근 자재 뒤로 줄지어 있는 공장 곳곳에는 ‘임대 문의’가 붙어있다. 한 공단 대표는 주 52시간 시행에 관해 묻는 기자에게 손사래를 치며 줄담배만 피웠다.

건축ㆍ산업용 고무와 PVC를 제조하는 동일폴리마 김학동 대표는 “우리 공장은 애초에 한국 사람들이 오려고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일도 험한데 근무시간까지 줄이니 (돈을 벌 수 없는) 사람들이 떠나기밖에 더하겠냐”라고 푸념했다.

이어 “주 52시간 대응하려고 최근 급여도 올리고 주말 근무도 없애는 등 현재 11명 직원이 하루 8~9시간 일하고 있는데 생산 물량도 줄어들었다”라며 “정부가 하라니까 따를 수밖에 없는데 (주 52시간제 시행은)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이날부터 5~49인 중소기업도 의무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시행한다. 기존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활용해 주 최대 68시간 근로할 수 있었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휴일을 포함한 주 최대 법정 근로시간 한도가 52시간으로 정해졌다.

▲1일 서울온수산업공단에 위치한 한 자동차공업소가 텅 비어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코로나 19로 인한 경영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의 경우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어 피해는 더 크다.

자동차 정비업체 대표 김 모 씨는 “정비업계는 주 52시간 도입으로 더 어려워졌는데 근로자 채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어졌다”라며 “결국 외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밖에 없는데 내국인과 똑같은 돈을 주지만 안전과 관련된 직종인 만큼 보험문제 등으로 타산이 안 맞는다”라고 전했다.

그는 “10~1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너무 힘들고 직원들도 애로사항이 많다”라며 “물량도 감소하고 시간도 줄어들었는데 우린 언제 차를 고치고 서비스를 해야 하냐”라고 하소연했다.

▲1일 서울온수산업공단에 위치한 제조업체에서 설비기계가 멈춰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혼선이 이어지면서 업계는 주 52시간제 유예와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윤희정 경기동부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유통업은 근로시간이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시간이 길어질 때가 있고 10~20분만 근무 시간이 늦어도 급여 계산법이 곤란해진다”라며 “근로 질이 높아진다고 해도 임금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부 근무자 중에서도 52시간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업이 어려워서 충원을 못 하고 있는데 결국 근로자가 줄어들면 실업자가 늘고 폐업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라며 “실전과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중소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반대한다”라고 짚었다.

엎친 데 겹친 격...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유예에 상인들 ‘울상’

▲사회적 거리두기 유예 타격을 맞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한산하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한편 전날 갑작스럽게 취소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유예’ 조치로 인한 혼선도 빚어졌다. 애초 이날부터 전국 17개 시도에서 기존보다 완화된 새 거리 두기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수도권은 일주일 뒤로 미뤄졌다. 또 급작스러운 정부 발표에 유예 사실조차 모르는 소상공인도 다수 있었다.

광장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순삼 씨(65)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일주일 뒤로 밀린 걸 방금 알았다”라며 “오늘부터 단체 손님을 받고 자정까지 일할 수 있어 기대하고 있었는데 또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빈대떡을 판매하고 있는 김옥분 씨(65)도 “코로나 전에는 사람이 많아 자정까지 장사하고 그랬지만 현재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라며 “이번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한다는 소식에 재료도 많이 사놓고 제대로 준비해놨는데 일주일 참아야 한다는 게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종합시장 뒤편 장터 거리가 다소 한산하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최근 개막한 동행세일에 대해서도 현장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상인도 있었다.

서울중앙시장상인회 관계자는 “동행세일을 안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메리트가 없기 때문인데 지난번에도 블랙프레이데이 등 여러 행사를 진행해도 아무런 이점이 없었다”라며 “여기는 비대면이나 배달 관련 시스템도 갖고 있지 않은데 하라고 하면 머리만 아프다”라고 전했다.

동대문 종합시장 한 상인은 “요즘 도통 장사가 안되다 보니까 호객행위까지 하게 됐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시장에 나와도 하루 5만 원도 못 버는 날이 많다”라며 “메르스나 사스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이렇게까지 힘든 건 처음인데 아침 6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장사해 1만 원도 못 들고 갈 때도 있다”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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